- 가격 부담에 상당수 구입 포기
- 보청기 100만 원 증액과 대조

40년 전 일을 하다 왼쪽 손목이 기계에 끼여 절단된 A(60) 씨는 최근 의수를 새로 맞추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장애인 보장구 지원금과 관련해 문의했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10년 전 의수를 구매했을 때와 지원금 액수가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10년이면 강산도 바뀌는데, 보조금은 그대로여서 깜짝 놀랐다. 미관용으로 의수를 가끔 사용하는데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매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 보장구 보조금이 14년째 제자리걸음인 탓에 장애인들이 보장구 구매를 꺼려 관련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이 의수, 의족, 휠체어 등 보장구를 구매할 때 지원금을 주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대상 품목의 기준액 범위 내에서 전액을 지원받는다. 이보다 사정이 나은 건강보험 수급자는 보험급여 대상 품목의 기준액 또는 실구매 금액 중 최저금액의 90%를 지원받는다. 기준액을 초과할 때는 기준액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받는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에 따르면 손목 관절 의수의 경우 기준액은 45만 원이다. A 씨가 아무리 비싼 의수를 맞추더라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45만 원이다. A 씨는 2008년 당시 최저가였던 50만 원짜리 의수를 정부 보조금과 합쳐 5만 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최저가 의수를 찾아 구매하려고 살펴보니 80만 원가량으로 가격이 뛰었다. 10년 동안 의수 가격도 조금씩 오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은 그대로여서 A 씨는 보조금을 받더라도 35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해 결국 의수 구입을 포기했다.

보조금을 집행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손목 관절 의수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은 2005년 45만 원으로 책정된 이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각종 의수나 의족 등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보청기 구입 보조금은 2015년 34만 원에서 131만 원으로 크게 올라 대조를 이룬다.

의수를 사용하고 있는 한 장애인은 “신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의수’나 의족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짜리도 수두룩하다. 현재 정부의 지원금으로는 이런 제품을 구입하는 걸 엄두도 내지 못한다”면서 “장애인 보장구 보조금의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최영아(비례) 의원도 “물가 인상률 등을 고려해 장애인 보장구 보조금 기준액을 올려야 한다. 장애인복지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