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죠? 여기 부산 ○○아파트인데요, 집에서 흉기를 들고 저를 위협하고 있어요.”

지난 5일 오후 8시55분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은 당황스러웠다. 경찰서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통화만으로는 누가 어디서 위협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일단 급히 출동해야 하는 상황. 경찰은 신고자의 휴대전화로 다시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미 꺼져 있었다. 그 순간 경찰은 머릿속에 ‘조현병’을 떠올렸다.

신고자가 말한 아파트에서는 얼마 전 한 조현병 환자가 행정 입원했었다. “혹시 환자가 집으로 돌아와 난동을 부린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경찰은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한 뒤 소방 인력을 대동해 출동했다.

그러나 실상은 조현병 환자와는 무관한 부부싸움이었다. 신고자는 흉기를 든 남성 A 씨의 아내였다.

최근 퇴직한 A 씨는 퇴직금으로 1200만 원을 받았는데, 이날 통장에서 돈이 사라진 걸 봤다. A 씨는 아내가 몰래 돈을 썼다고 오해하고 추궁했다. 그러나 이 돈 대부분은 부부가 빌린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했었다. 그런데도 A 씨는 이런 사실을 잊은 채 흉기까지 들고 아내를 몰아세운 것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경찰은 A 씨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정리한 뒤 복귀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조현병 환자와 관련한 신고가 급증하다 보니 경찰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큰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