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재난 구호·복구’ 입법 예고
- 2년 전 ‘안전 보험 가입…’ 제정
- 예산 배정 안해 무용지물 전락
- 구의회 “기존 조례 시행에 만전”

부산 사상구가 각종 사회재난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한다며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섰으나, 정작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만들어 놓고도 이를 외면하고 있어 비판이 나온다.

사상구는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6일 밝혔다.

개정안은 사회재난으로 주민이 신체·재산 등 피해를 입었지만, 재난을 일으킨 이가 피해 보상 능력이 없을 경우 구가 예비비와 기금을 이용해 피해자를 먼저 지원한 뒤 재난 원인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상구 관계자는 “사회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을 보호하고 신속한 회복을 돕고자 조례 개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구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상구는 2년 전 이번에 입법예고한 개정안보다 폭넓게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했으나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조례가 사실상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사상구는 2017년 11월 주민을 각종 안전사고와 범죄로 인한 신체·정신적 피해로부터 보호할 목적으로 ‘구민 안전 보험 가입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구민 전체를 보험에 가입시키려면 연간 5000만 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에 부담을 느낀 구는 보험 가입을 위한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았다.

사상구와 달리 해운대구는 지난달 ‘구민 안전 보험 시행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1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이달부터 구민 안전 보험을 시행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해운대구 주민이 자연재해 또는 사회재난으로 목숨을 잃으면 유족은 1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고, 각종 상해를 당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구의회 등에서는 실질적인 주민 보호를 위해 구가 구민 안전 보험부터 제대로 운영한 뒤 사회재난 피해회복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구에서는 지난해 11월 학장동 폐수처리공장에서 황화수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났고, 지난 3월 주례동에서는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는 등 재난과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데,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구민 안전 보험 운영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상구의회 윤숙희 의원은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만들어 놓은 조례가 2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보험 가입에 필요한 예산을 우선 편성하고 사회재난 발생과 피해자 회복에 대한 치밀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상구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예산 배정 여부 및 구민 안전 보험 시행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