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막골 야영장~유평마을 3.5㎞
- 지난해 열린 탐방로 명소 부상
- 맹세이골선 생태교육도 진행해

- 길이 58ｍ 방장산교 장관 연출
- 용의 전설 서린 ‘용소’도 경유
- 계곡 곳곳 6·25 등 전쟁의 상흔

민족의 성산 지리산은 우리나라 첫 번째 국립공원이다. 특히 지리산 동쪽에 위치한 대원사 계곡은 지방문화재(경남도지정기념물 제114호)로 지정될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청정수는 남한 땅 최고의 탁족처로 유명하다.

	지리산 대원사 계곡길을 걷던 탐방객이 잠시 멈춰서서 아름다운 계곡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대원사 계곡에 지난해 새로운 명소인 대원사 계곡길이 조성됐다. 이 탐방로는 지리산은 험하다고 지레 겁먹고 못 오던 사람들에게 딱 맞는, 등산보다는 산책과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맞춤 길이다.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신창호 소장)가 산청군이 출연한 50억 사업비를 위탁받아 2년에 걸쳐 조성한 것으로 대원사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에 이르는 총길이 3.5㎞이다. 이 길을 왕복하는 데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

	지리산 대원사 계곡 전경. 김인수 기자

대원사 계곡길 탐방은 대원사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소막골 야영장에서 시작된다. 이 야영장은 성수기가 아니고서는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다. 요즘 캠핑장이라면 당연한 전기, 샤워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립공원 내에서 대자연을 만끽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차장에서 야영장까지 이동하려면 짧은 거리지만 야영장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흔들다리를 건너야 한다.

소막골에서 맹세이골 자연관찰로 간 1㎞ 구간은 계곡에 근접해 생태탐방로가 개설돼 이용이 더욱 편리하다.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집채만 한 바위가 많다. 곳곳에 급류와 물웅덩이(소)가 주변 노송과 참나무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에서 옮겨온 듯한 풍경이다.

크고 작은 너럭바위와 함께 물이 맑다 못해 시리도록 투명한 계곡이 일품이다. 탐방로 중간중간에 ‘숲이 주는 이로움’과 ‘숲이 변하고 있어요’ 등의 해설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연 사랑과 소중함 일깨워

맹세이골 자연연관찰로에서 대원사로 가는 1㎞ 구간은 기존 도로 좌우에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관찰로 입구에 소규모 `주차장이 조성돼 있어 바쁜 탐방객은 이곳에 주차하고 탐방을 시작해도 된다.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는 산골마을 숯가마터였던 맹세이골을 복원한 맹세이골 자연관찰로에서 지역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생태교육 프로그램인 맹세이골 숲 학교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자연체험활동과 숲 해설사가 들려주는 재미있고 신기한 숲 이야기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배우고 있다.

이곳에서 500ｍ가량 가면 방장산 대원사(方丈山 大源寺)’라는 일주문을 만난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을 가꾸는 비구니 사찰로 유명한 대원사가 지척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주문에서 500ｍ가량을 가면 대원사에 도착한다. 탐방로 중간 지점에 위치한 대원사는 볼거리가 많은 만큼 유평까지 탐방을 마친 뒤 하산 길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용이 노닐던 용소 절경

대원사에서 유평까지 1.5㎞의 탐방로는 대원사 앞에 설치한 길이 58m 너비 2ｍ의 방장산교 교량과 함께 시작된다. 이 교량은 대원사 계곡길 조성을 위해 설치했고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교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교량은 자연경관과 잘 조화되도록 설계했다. 탐방로는 전체적인 경사도가 매우 완만해 노약자도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다리 위에 올라서니 이제껏 볼 수 없던 풍광이 펼쳐진다. 계곡 한가운데서 물길을 실컷 감상하면 복잡한 생각이 사라지고 상쾌함이 가득 찬다.

교량을 건너면 본격적으로 탐방로가 시작된다. 탐방로는 계곡의 지척을 따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 구간을 목재 덱과 자연 흙길로 조성했다.

탐방로를 따라 400ｍ가량을 가면 용이 100년간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대원사 계곡 최고의 절경인 용소가 푸르스름한 색으로 자태를 뽐낸다. 강도래, 가재 등 수서곤충류를 계곡에서 접할 수 있다. 특히 계곡 기슭에 스님들이 그 옛날 음식을 보관했던 돌개구멍이 있어 눈길 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비행기 연료로 쓰려고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했던 아픈 흔적도 해설판과 함께 볼 수 있다. 대원사 계곡길은 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피난길에 소와 말에게 먹이를 먹였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전후 등 격동의 시기, 많은 사람이 마지막 피난처나 은거지로 삼아 목숨을 부지했던 흔적과 스토리가 곳곳에 스며 있다.

종착지 유평마을은 박정희 정권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화전민들의 외딴집을 없애고 그 대신에 형성한 마을로 알려져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