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출토된 목간도 결과 앞둬
- 더욱 정확히 추정 가능해져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삼국시대 성곽으로 알려진 연제구 배산성(부산시 지정기념물 제4호)의 축조 연대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1세기 정도 앞당겨진 5, 6세기로 볼 수 있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제구는 제1차 배산성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나무 기둥 유물을 한국전통문화대학 목재문화재연구소에 의뢰해 연대를 분석한 결과 446년에서 556년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배산성 축조 시기를 기존보다 최대 1세기가량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연구소 측은 분석했다.

그동안 배산성은 성에서 출토된 토기편, 기와편, 성벽 축조수법 등 고고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축조 시기가 7세기 전반∼7세기 중반(600∼650년)으로 파악됐다.

특히 나무 기둥과 함께 출토된 목간(나무에 적은 간단한 기록)의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가 나오면 배산성 축조 시기를 더욱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목간에는 ‘을해년’(555년, 615년, 675년 중 하나로 추정)이란 글귀가 나온다. 나무 기둥 연대 측정 결과와 연계해 볼 때 555년일 가능성이 크다.

발굴 조사 이전까지 배산성은 이중 토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산박물관이 2016년부터 2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한 결과 영남 최대 규모 원형 집수지 2기를 비롯해 건물터, 축대, 삼국∼통일신라시대 성벽이 발견돼 전형적 고대 석축산성으로 밝혀졌다.

배산성은 이에 부산 고대사 연구에서 주요 유적으로 평가받았다. 발굴 당시 집수지에서 수습한 돗자리로 추정되는 유물과 나무 기둥 등은 국내에서 출토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유물이다.

정밀 조사 결과 돗자리로 추정되는 유물은 길이 2.54ｍ, 너비 1.23ｍ 규모로 대나무 살을 엮어 만든 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출토된 길이 327㎝, 두께 5.5∼8㎝ 크기의 네모난 나무 기둥은 텐트의 폴과 같은 역할을 하는 군막(軍幕) 기둥일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박물관 관계자는 “배산성 집수지의 나무 기둥 벌목 연도는 기존 조사·연구 성과보다 최소 50년에서 최대 100년 정도 이른 것”이라며 “목간에 대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가 나오면 배산성의 축조연대를 상향 조정하는 등 한국 고대사 연구에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