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속 카메라 이동 등 대책 불구
- 사고 막을 핵심 조처로 지목된
- 미끄럼 방지 포장 교체는 제외
- 교통 전문가들 대책 수정 촉구

부산 사상구 신모라교차로 일대에서 대형 화물차 사고가 끊이지 않아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국제신문 지난달 7일 자 9면 등 보도) 관할 지자체와 경찰이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핵심 조처가 빠진 데다 예산 마련도 여의치 않아 ‘반쪽’ 대책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구는 신모라교차로에 교통안전시설을 보강하려고 시에 1억 원의 예산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상구는 시로부터 예산을 받는 대로 해당 지역 무인 단속 카메라 위치를 이동하고 LED 표지판과 충격 흡수대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처럼 구가 교통안전시설 보강 계획을 밝혔지만 핵심 조처는 빠졌다는 지적이다. 앞서 열렸던 관계 기관 합동 컨설팅에서 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안전공단 전문가가 지적한 미끄럼 방지 포장 교체 작업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상구 관계자는 “잘못 설치된 미끄럼 방지 포장을 교체하는 작업은 중·장기 계획으로 분류해 추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상구는 미끄럼 방지 포장 교체와 관련해 지금까지 개괄적인 계획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구가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을 우려해 공사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부산시의 소극적인 움직임도 운전자와 주민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열린 관계 기관 회의에 참석한 시 관계자는 ‘안전도시 부산’이라는 오거돈 시장의 시정 운영 방침을 언급하며 사상구와 경찰이 대책을 마련하면 즉각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시는 최근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상구가 신청한다 해도 예산을 바로 내려보내겠다고 말하기 어렵다. 우선 예산 내역을 살피고 내부 논의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통 안전 전문가들은 사상구가 마련한 대책을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 도로교통안전공단 임창식 차장은 “사상구가 예산 등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세로로 홈을 판 미끄럼 방지 포장을 교체하는 데 난색을 표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가로로 홈을 팔 수 없다면 대각선 방향으로 홈을 추가로 파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미끄럼 방지 포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모라교차로는 경사가 급해 최근 5년 동안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28건이나 발생했고, 지난달 6일에는 화물차가 통학버스를 들이받아 중고생 3명이 다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