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시범 결과 좋으면
- 2021년 조기 개방도 가능”
- 이해갈등 관계 해결이 과제
1987년부터 낙동강 하구와 바다 사이를 틀어막고 선 하굿둑이 올해 처음 열린다. 1300리를 달려온 강물을 바다와 온전히 만나게 해 생태계를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드디어 첫발을 떼는 것이다.
부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 지사,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르면 오는 5월을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낙동강 하굿둑을 2차례 이상 시범 개방한다고 19일 밝혔다. 시범 개방은 한 번에 최소 15일에서 최대 30일 동안 이뤄진다. 하굿둑이 개방되는 건 그동안 홍수에 따른 수위 조절 목적을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굿둑 시범 개방은 완전 개방을 위한 준비 단계다. 특히 하굿둑이 2021년 조기 개방된다는 의미도 있다. 시 수공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는 공동으로 ‘낙동강 하구 생태·문화·친수 이용 활성화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시행한다. 이달 말 용역 업체를 선정하고, 내년 10월까지 하굿둑 개방이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시범 개방에선 기수역 생태계 복원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기수역은 강물과 바닷물이 섞여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는 곳으로, 염생식물 등 다양한 생명체의 터전이다. 그러나 하굿둑이 생기면서 강과 바다의 흐름이 단절된 낙동강 기수역은 생태계가 파괴되고 심하게 오염됐다. 시 등은 시범 개방 때 바닷물을 낙동강 쪽으로 5㎞가량 끌어올려, ‘생태계 보물창고’인 기수역을 부활하는 방안을 찾는다.
시 하천관리과는 “염분이 어느 정도 낙동강으로 유입되는지, 구조물은 안전한지 등을 점검할 것”이라며 “하굿둑이 세워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수질 오염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수공 부산권 지사 관계자는 “오는 6월 발족할 예정인 국가물관리위원회에 하굿둑 첫 개방에 따른 연구 결과를 상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처럼 하굿둑 개방 절차가 속도를 내는 데는 최근 부산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한 관심을 보인 게 도움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 상공인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낙동강 하구 수문 개방이 가능한지를 정부가 판단해서 가능하다면 빠르게 해주길 바란다”며 “바다와 강이 만나는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를 되살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시 송양호 물정책국장은 “시범 개방 결과가 괜찮다면, 시의 기존 계획인 2025년보다 훨씬 이른 2021년에 하굿둑을 완전 개방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하굿둑 개방 이후 염분이 역류해 인근 양산을 비롯해 물금과 매리, 원동 취수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굿둑 개방을 찬성하는 어민과 반대하는 양식업자 간 이해관계도 조율해야 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