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연한 25년의 절반도 안 돼
- 불량품이거나 설치 잘못 가능성

28일 부산도시철도 전동차가 사고로 인해 또 멈췄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이번 사고는 전차선을 고정하는 브래킷(쇠 밴드)이 교체 주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 파손되면서 발생해 불량품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날 오전 9시18분 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에서 범어사역 방향으로 진입하는 구간의 브래킷이 부러졌다. 브래킷은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을 고정하는 장치다.

이 사고로 전봇대에 묶인 전차선이 노선 쪽으로 늘어졌다. 부산교통공사는 이에 따라 1호선 구간을 달리던 전동차 27대를 멈춰 세운 뒤 복구 작업을 벌여 사고 발생 9분 만인 오전 9시27분 운행을 재개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교통공사는 운행 중인 전동차를 가장 가까운 역에 세워 대기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승객 수천 명의 발이 묶였고, 일부 승객은 환불도 받지 못하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려고 전동차에서 내렸다.

사고가 난 노포역~범어사역은 지상철 구간이라 전차선이 선로 측면 전봇대에 설치돼 있다.

교통공사는 “당장 운행에 방해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처를 하지 않으면 전차선이 더 처질 것으로 판단해 급히 복구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시철도 1호선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11일 새벽 4시50분 다대포해수욕장역 유치선에서 첫차 운행을 준비하던 기관사가 신호를 오인하는 바람에 잘못된 선로로 들어서 집전장치를 파손시켰다. 이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 전동차 운행이 1시간36분간 지연됐다.

지난 14일 오전 11시14분엔 장전역 인근에서 산성터널 접속도로 공사를 하던 크레인이 전차선을 건드려 2분간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당시 장전역에서 구서역 방면으로 향하던 전동차 1대의 운행이 4분간 지연됐고, 신호 시스템도 일시적으로 멈췄다.

앞선 두 번의 사고가 기관사의 실수나 외부의 잘못으로 발생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도시철도 자체 장비 결함이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부러진 브래킷은 2006년 교체한 제품이다. 브래킷의 정상적인 교체 주기인 25년을 절반도 못 채우고 부러진 것이다. 특히 교통공사는 지난달 7일 벌인 연간 점검에서는 이 브래킷의 결함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사고가 난 브래킷이 불량 제품이었는지 또는 설치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교통공사는 이날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브래킷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황윤정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