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약자 대상 일자리 지원
- 건보료 행정 착오에 두 명 탈락
- 항의에도 바로 잡지 않고 강행

부산의 한 지자체가 주민일자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담당자의 실수로 멀쩡한 사람이 탈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뒤늦게 이를 알아차렸지만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는커녕 사업을 강행하는 불통행정까지 보여 행정에 대한 실망감마저 주고 있다.

17일 부산 강서구는 ‘2018년 낙동강 하구 쓰레기 정화사업’의 일환으로 주민일자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억7700만 원을 들여 낙동강 하구 및 해변쓰레기를 청소하는 사업이다. 13개 어촌계마다 6명씩 선발했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매일 8시간을 근무해 약 15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형편이 어려운 주민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취업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배점을 부과해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했다.

채용은 허술하게 진행됐다. 가덕도 동선마을은 이번 사업에 18명이 지원했다. 이 중 이영순(42) 씨는 세대원 2명(1명당 5점)에 따른 10점, 장기실직 5점, 장애인 5점 등으로 총 20점을 받았다. 선발 가능한 점수였지만 ‘고소득자’라며 탈락시켰다. 여기서 고소득자는 건강보험료로 따지는 중위소득의 60% 이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씨는 지난달 건강보험료가 1만5000원대로 중위소득(2인가구 기준 2만7773원)을 초과하지 않았다. 이경희(46) 씨 역시 20점을 받아 선발 가능했지만 중위소득(5인가구 기준 10만955원)을 초과했다며 탈락 통보를 받았다. 이 씨는 건강보험료가 7만5580원에 불과해 배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구청 담당 직원이 동명이인의 다른 지원자 건강보험료를 이 씨의 것으로 입력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강서구는 탈락자들이 항의하자 시스템 상 중위소득을 초과했으니 문제가 없다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을 뿐 아니라 국제신문이 취재해 행정 실수임이 드러나자 마지못해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선발은 예정대로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탈락자들에게는 다음 번 모집 때 뽑아주겠다며 회유를 하기도 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시스템을 처리하면서 실수가 있었다”며 “다음에는 배점 기준을 바꾸고 결과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