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사 “전매·별장허용” 홍보해놓고
- 분양전환 전 210세대에 “부적격”
- 지인 무상거주 등 세대 ‘날벼락’
- 주민들 “다른 임대사업자에 팔아
- 웃돈 받으려 꼼수” 가처분 신청
- A사 “전매는 위법…법대로 할 뿐”

부산의 한 임대주택 분양 전환을 놓고 임차인과 A건설사 간에 갈등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건설사는 이들이 분양 전환 부적격자라고 퇴거를 요구하지만, 주민은 “계약 당시 말과 다르다”며 법원에 우선 분양자 지위 확인소송을 내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A사가 입주민에게 통보한 퇴거 안내문.

B 타워 임차인 권리 찾기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A사가 자사의 배를 불리기 위해 주민과의 약속을 뒤집고 강제 퇴거를 요구했다. 주민을 부적격자로 만들어 내쫓고, 주택에 웃돈을 얹어 팔아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B 타워는 A사가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만든 임대아파트로 총 449세대다. 비대위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A사가 임대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지난달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비대위는 또 임대사업자 C 사와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가처분을 잇달아 내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았다. 비대위는 이날 주민 44세대와 함께 A사를 상대로 우선분양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건설사와 주민의 갈등은 201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사는 임대 의무기간 5년의 B 타워 임대사업자로, 2010년 9월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다. 비대위 측은 이때 신청자가 10%가 채 되지 않았고, 나머지 90%가 선착순에 의해 임차인으로 선정돼 2012년 1월 15일 입주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은 당시 A사가 감언이설로 임차인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A사가 입주자 모집이 저조하자 ‘전대를 줘도 된다’ ‘별장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주민을 설득해 계약하게 했다. 실제로 5년간 이런 일을 눈 감고 있더니 5년이 지나 분양 전환 시점이 되니 태도가 돌변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당시 A사 본부장이 의무기간이 끝나기 전(입주 후 5년)에만 주소를 옮기면 된다고 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세를 주고 있으면 나중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주민도 “당시 허허벌판이라 입주를 망설이자 A사 직원이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임대 분양을 하는데 왜 망설이냐’”며 “‘5년 후 분양될 때까지 다른 집이 있어도 상관없으니 별장으로 써라. 분양 전환 6개월 전에만 전입신고를 마치고, 무주택자가 되면 된다’고 말해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사는 2013년 5월과 2016년 1월 두 차례 보증금을 올리는 계약 변경을 했지만, 당시에는 불법 전대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임대차 계약을 유지했다. 지난해 1월 15일 임대 의무 기간이 됐고, 그해 3월 불법 전대나 거주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210세대에 부적격 사실을 통보했다. A사의 말만 믿고 계약했던 주민은 날벼락을 맞았다. 부적격자에는 방 1칸을 지인에게 무상 거주하게 하거나, 노모의 병간호 때문에 경기 지역에 가야 해 두 동생을 거주하게 한 주민까지 포함됐다.

주민은 A사가 일광신도시 조성과 동해선 일광역으로 아파트의 가치가 오르자 부적격자를 만들어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양 전환은 기장군이 정한 값대로 팔아야 하지만,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면 이보다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법의 허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A사는 지난 1월 기장군으로부터 분양 전환 가격 1억5500만 원에 분양 전환 승인을 받았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A사가 부적격 153가구의 주택을 C사에 가구당 2500만 원가량의 웃돈을 받고 팔았다.

A사 관계자는 “집이 있거나 전매를 한 세대는 실정법 위반이다. 법이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어기면서까지 분양 전환을 해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전매를 눈감아주겠다고 한 것은 그들 얘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