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회 부산지부는 표지석
- 폭탄 던진 자리 건립 추진
- 행정기관 외면과 대조적

- 부산시 “생가 복원 준비 중”

부산의 대표 독립운동가인 박재혁 의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민간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행정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자 민간이 직접 박 의사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부산 개성고 총동창회는 지난달 22일 정기총회를 열고 박 의사 평전 발행을 위한 예산 3000만 원을 의결했다고 5일 밝혔다. 박 의사의 생가가 방치돼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지적(국제신문 지난달 28일 자 8면 보도)이 일자 고교 후배들이 그동안 계획에 머물렀던 평전 발행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박 의사는 개성고의 전신인 부산상고 4회 졸업생이다.

우선 이달 중으로 지역의 역사학계 교수 등 전문가집단을 꾸린 뒤 올해 안에 수백 페이지 분량의 평전 편찬 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상 발행부수는 2000여 부다. 박 의사의 의거활동이 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해 평전은 도서관과 초등학교 등에 먼저 배부할 계획이다. 또 천안의 독립기념관 뜰에 박 의사의 어록비를 세우는 것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후세에 남길 만한 박 의사의 생전 목소리를 골라 독립기념관 심의위원회를 거쳐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개성고 노상만 역사관장은 “지역의 대표 독립운동가인 박 의사 재조명에 행정기관들이 머뭇거리는 것은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며 “우리라도 나서 박 의사의 공훈을 제대로 기리고 평가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광복회 부산지부는 보훈청의 예산을 받아 박 의사가 폭탄을 던진 옛 부산경찰서 자리에 표지석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현재 상가로 바뀐 건물을 현충시설로 지정해야 하는데 재산권 등의 문제로 건물주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보훈청 관계자는 “옛 부산경찰서 자리는 현충시설로 지정할 수 있을 만큼 유서 깊은 곳이지만 건물주의 동의가 꼭 필요해 각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선책으로 옛 부산경찰서 인근에 위치한 용두산 공원 등에 표지석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복회 권병관 부산지부장은 “부산경찰서는 박 의사가 독립을 위해 거사를 실행한 역사적인 공간으로 반드시 후손들이 기억해야 할 장소”라며 “건물주와의 협의가 여의치 않으면 주변 공간 중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곳에 표지석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행정기관이 박재혁 의사 재조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일자 부산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시 백정림 문화예술과장은 “이달 중순까지 대학교수와 민간 전문가 등을 모아 박 의사 생가복원과 역사고증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