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고보조금을 '눈먼 돈'이라고 부른다. 국가기관이 그동안 국고보조금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했지만 아직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부산지검이 24일 공적자금을 빼돌린 사건을 수사해 제조업체 대표 A(58) 씨를 구속기소하고, 한국해양산업협회 전 사무총장 B(52) 씨 등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이 이번에 적발한 건수는 총 7건이다. 국고보조금 159억 원이 정상 집행되지 않고 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리는 기업구매자금 편취다. 총 3건에 5명이 연루됐다. 이는 갑의 위치에 있는 구매기업이 을의 지위에 있는 판매기업을 압박해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꾸며 대출금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다.

기업구매자금은 약속어음 및 외상거래로 인한 영세업체를 돕고자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구매기업이 금융기관과 대출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은 납품업체에 직접 납품 대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실거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관자재 제조업체 대표 A 씨는 2008년 7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전자상거래 중개사이트를 통해 허위의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해 실거래한 것처럼 대출은행을 속여 판매기업에 입금된 대출금 69억4000만 원을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지역신문사와 관계있는 협회 간부가 국고보조금 수천만원을 횡령한 사실도 적발됐다. 한국해양산업협회 전 사무총장인 B 씨는 2010년 2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세계해양포럼 행사 진행을 위해 국토해양부 등으로부터 받은 사업비를 개인 휴대전화 수리비와 경조사비 등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지역 신문 C일보 기자 출신인 B 씨가 이렇게 해서 빼돌린 국고보조금은 2300여만 원이다. 검찰은 B 씨가 횡령액을 전액 변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산업협회의 공동이사장은 C일보 사장이며, C일보 부설 해양문화연구소장이 협회 사무국을 총괄 관리한다. C일보 사장이 이 협회 당연직 이사로 참가할 정도로 C일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급식업체 대표와 병원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식대가산금을 편취한 혐의(특경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급식업체 대표 D(57) 씨는 2006년 8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자사 소속 영양사와 조리사를 병원 소속인 것처럼 꾸며 식대가산금 21억4400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장 E(51) 씨는 2011년 6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급식업체 소속 영양사와 조리사를 자기 병원 소속인 것처럼 속여 공단에 식대가산금을 청구해 2억3300만 원을 횡령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식대가산금은 2006년 환자의 식비 부담을 줄이고 식사의 질을 높이려고 도입된 제도다. 병원이 2명 이상의 영양사와 조리사를 직접 고용하면 공단이 끼당 500~620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학생 인건비 1억4000여만 원을 가로챈 국립대 전임강사(56)도 적발됐다.

동구사회복지관의 관장과 과장은 사회복지사업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불구속기소됐다. 전 관장인 F(여, 36) 씨와 전 과장인 G(36) 씨는 공모해 복지관에 근무하지 않은 사람을 직원으로 올리거나 직원 근무일을 조작해 시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800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거래업체에 금액을 부풀려 납품대금을 지급한 후 500만 원을 돌려받아 임의로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전체 공적자금 159억 원 중 20억여 원을 회수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