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 함께 공유하며 응원"

- 쌍용차 농성자에 위로 편지

경남 양산의 고교생들이 복직을 위해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마음으로 만났다. 그날은 일직선으로 높다랗게 솟아오른 굴뚝과 닮았다고 해서 농성자를 위로하는 날로 정한 지난 '11(굴뚝 데이)일'이었다. 이들을 이어준 이심전심의 매개는 해고자 가족을 다룬 연극이었다.

양산 남부고교는 학내 연극동아리 '아이비'에 소속된 학생 18명이 공연 수익금 등을 모아 마련한 20만 원과 위로 편지를 이날 쌍용차 굴뚝 농성자들에게 전했다고 13일 밝혔다. 쌍용차 평택공장 굴뚝 위에는 지난달 13일부터 이 회사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올라가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연극 '아빠 어디 가?'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학업시간을 쪼개 이 연극 공연을 준비해왔다. 이 연극은 직장에서 해고됐지만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 채 거짓 출근을 해야 했던 아버지, 뒤늦게 아버지의 사정을 알게 된 가족들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연극은 경남지역 교사들의 연극모임인 '연놂'이 2013년 창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청소년연극제에서 이 연극을 처음으로 공연했다. 이어 지난달 학교축제 때 유료로 무대에 올렸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장당 500원짜리 초대권을 팔았다. 불우이웃돕기 등 좋은 일에 쓰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얻은 수익금 4만6000원과 학내 우수 동아리로 선정돼 학교로부터 받은 상금 10만 원에 동아리 지도교사 박영실 씨도 찬조금을 보태 20만 원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이 돈의 용처를 고민하다 만장일치로 쌍용차 굴뚝농성 해고노동자들에게 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극 연습을 하면서 갖게 된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자연스레 굴뚝농성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연극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은 최재민(19) 군은 "뉴스에서 가끔 듣기는 했지만 해고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어 무관심했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아버지가 짊어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깨닫고 마음이 아팠다"며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성금이나마 전달해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작은 정성이지만 뜻깊게 사용하자는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다"며 "성금과 함께 아이들의 마음을 노란 편지지에 담아 굴뚝 농성자들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