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전면시행 가능성 의문
- 위원 공개모집 않고 내정도
- 제도 도입 취지·공정성 우려

부산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의 주민참여예산제 준비 상태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자체의 전시·낭비성 지출을 줄이고 예산 편성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려면 적어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대다수 지자체가 아직 예산위원조차 선정하지 않고 있다. 예산위원을 선정한 지자체들도 공개모집을 하지 않고 단체장이나 간부 공무원이 위원을 추천해 제도 시행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21일 부산지역 16개 기초지자체의 주민참여예산제 준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각종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1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지난 2008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독자적으로 시행 중인 동래구와 해운대구, 그리고 내년 시행 예정인 영도구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지자체는 현재 예산위원을 선정하지 않았다. 수영구는 이달 말, 강서·금정·북구 4월, 연제구 5월, 중구·기장군 6월, 동·서구는 9월까지 예산위원을 선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산진·사하·사상·남구는 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참여연대는 전했다.

예산위원 선정 방법도 문제다. 동래구는 공개모집 방식으로 예산위원을 선정하지 않고 구청장과 동장의 추천으로 선정하고 있다고 참여연대는 밝혔다.

또 "영도구도 예산위원을 구에서 내정했다"며 "이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니 구는 관련 조례에 공개모집 조항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덧붙였다. 주민참여예산제 조례가 비민주적으로 제정되는 등 근본적인 하자를 내포하고 있어 제도 도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우려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주민참여예산제 시행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지자체도 많다. 예산위원의 예산 편성 참여 범위 설정이나 예산위원에 대한 교육 등 방안이 마련돼야 내실있는 제도 시행을 담보할 수 있는데, 시행 방안을 만들지 않은 지자체가 7곳이나 된다.

참여연대 강필선 간사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시행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초지자체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나 부산시 차원에서 공통된 시행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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