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조합이 내항선원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내항해운업이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 또 정치권이 이 같은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해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앞줄 왼쪽)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합 제공

14일 이채익 조합 이사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항해운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섬과 육지를 잇는 국민의 발이며 전시에는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국민의 혈관”이라며 “내항선원이 외항선원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의 이 같은 호소는 선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행 규정을 보면 내항선원은 월 20만 원의 승선 수당만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외항선원에게는 월 500만 원이 적용된다, 같은 바다 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데도 25배의 세금 차별이 생기는 것은 ‘부당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조합은 내항선원 비과세 범위를 최소 월 300만 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국회에는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올해 연말에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는 현재와 같은 과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내항해운업의 미래 확보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관련 통계를 보면 내항선원의 60%는 60세 이상 고령 인력이다. 또 전체 선박 중 노후선 비율은 86%에 이른다. 이런 데다 비과세 혜택마저 외항선원과의 차이가 나자 젊은 층의 유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했다. 업무 파악을 하면서 내항선원이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는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특혜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며 “그래야 청년 해기사가 다시 내상상선에 오르고, 대한민국의 바닷길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도 이를 여러 차례 약속한 만큼 이제는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