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모습. 국제신문DB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의 해안 방벽을 10ｍ에서 17ｍ로 높여 태풍 등에 따른 침수 피해를 예방하라’는 감사원의 통보를 4년째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난달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부산 등지로 북상했을 때 고리원전이 침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기장군의 최대 파고는 16ｍ에 달했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공개한 감사원 문건을 보면, 한수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3월 11일) 이후 전문가 73명이 진행한 ‘국내 원전 안전점검 결과’를 토대로 2012년 12월 30일 고리원전에 해발 높이 10ｍ 규모의 해안 방벽을 설치했다. 해안 방벽은 바닷물이 육지로 넘어오는 것을 막는 벽을 말한다.

이후 한수원은 2015년 6월 보고서를 작성해 “고리원전 부지의 최고 해수위가 (고리원전의) 해안 방벽 높이인 10ｍ보다 낮은 9.5ｍ로 산출됐다”며 고리원전이 해수 침수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수위는 파도가 도달할 수 있는 높이를 의미한다.

하지만 양이 의원이 이날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감사원은 2018년 2월 한수원에 대한 감사 결과에서 “고리원전의 처오름(파도가 해안 구조물의 경사면을 타고 올라가는 현상) 높이 등을 산출한 결과 (고리원전의) 최고 해수위가 17.3ｍ로 나왔다”고 밝힌 뒤, 한수원을 향해 “객관적인 방법으로 최고 해수위를 (다시) 산출하고 침수 예방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한수원도 당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양이 의원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한수원이 감사원 통보를 외면했고, 이로 인해 지난달 태풍 힌남노 때 고리원전이 침수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양이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힌남노가 부산지역을 관통했던 지난달 6일 고리원전이 있는 기장군의 최대 파고는 당일 오전 7시 기준 16.7ｍ에 달했다. 같은 날 오륙도와 다대포의 최대 파고도 각각 17.2ｍ(오전 6시 기준)와 11.0ｍ(오전 6시 기준)를 기록했다. 한수원이 산출한 고리원전 부지의 최고 해수위(9.5ｍ)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앞서 지난달 6일 오전 6시 신고리 1호기에서는 힌남노 영향으로 터빈 발전기가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고리원전의 해안 방벽과 관련한 보강 계획을 올해 안에 마련해 감사원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