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 상승으로 상장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위축되고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상장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공시의 점진적인 도입, 소규모 기업의 내부회계관리 제도 외부 감사 의무 완화 등을 해결 과제로 꼽았다.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공동으로 열린 상장기업 유관기관 간담회. 사진 금감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21일 서울 마포구 상장사회관에서 상장회사협의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간담회에서 상장회사협의회 정구용 회장은 “ESG공시는 자금 조달 등 경영 전반에 파급되는 영향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며 “금감원, 거래소와 협조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임직원을 위한 찾아가는 불공정거래 예방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는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ESG 공시를 해야하는데, 통상 2025년에는 대기업, 2030년에는 중소·중견기업이 ESG 공시가 의무화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기업은 대부분 그간 ESG 공시를 꾸준히 해왔으나 ESG 관련 보고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공시 준비가 막막하고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이와 관련 “현실을 고려한 ESG공시 기준을 만들겠다”며 “아직 ESG가 익숙하지 않은 기업도 많고, 국내기업 현실에 비춰 국제기준을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상장기업이 ESG공시에 참고할 수 있도록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상장기업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는 발언도 있었다. 코스닥협회 장경호 회장은 “회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상장기업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 감사 의무를 완화하고 코스닥시장에만 존재하는 차별적 규제(거래소 관리종목 지정 사유,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등)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손 이사장은 “회계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있는데, 상장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소규모 중소기업의 회계부담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으로 거래소에 회계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코넥스협회 김환식 회장은 “대다수 코넥스 기업이 중소기업임에도 상장기업으로 분류돼 과다한 감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코넥스 기업의 현실을 감안해 소액공모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공인회계사회 이병래 부회장은 “9월부터 관계기관 합동으로 회계개혁의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TF가 운영중으로,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도록 지원하겠다”며 “중소기업의 감사부담 완화, 회계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장회사의 투자위험 요소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정정요구 사례집을 발간하는 등 발행인의 실질적인 공시 역량 제고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운영부담 경감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 투자 유인을 제고하기 위해 단계적 영문공시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글로벌 ESG 공시기준 제정에 맞춰 기업의 의견을 경청하고 국내 ESG 공시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기업의 경영권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감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업 경영권 시장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다수의 투자조합으로 지분공시 규제를 우회하는 지분공시 위반 사례 엄정 조치 ▷경영권 영향 목적 대량보유보고 시 경영 참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방안 조속 시행 ▷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 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