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 물가상승,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에 따른 이자부담이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의 경우 은행보다 저축은행 대출을 늘리고 있는데, 가계보다 기업 대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년 대비 80조4000억 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에 65조 원 증가한 것에 비하면 기업대출 증가폭이 23.7% 커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고 기업이 대출로 자금을 조달한 영향으로 보인다.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회사채 발행여건이 악화됐다”며 “대출시장에서 기업 자금조달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은 70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48조9000억 원)보다 21조8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저축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이 9조70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대출 증가규모가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저축은행으로 향한 영향으로 보인다.

기업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고금리가 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발표한 ‘최근 금리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답한 기업의 61.2%가 “고금리로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9일 국내 제조기업 3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자부담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67.6%)’가 가장 많았고 ‘설비투자 지연 및 축소(29.3%)’ ‘소비 위축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20.7%)’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3.00%라고 답한 기업이 41.7%로 가장 많았다. 현재 금리 수준인 2.50%를 꼽은 기업도 23.1%에 달했다. 최근 급등한 원자재가, 환율 등에 따른 고비용 경제구조 속에서 이자비용 부담까지 떠안은 기업 위기감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도 시중 대출금리가 5~6%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3.00%를 넘기면 시중금리는 7~8% 이상이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