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들은 그 단절 상황도 학력에 따라 큰 격차를 나타낸다는 조사가 나왔다.

부산 사상구 LG유플러스빌딩 야외주차장에서 부산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직원들이 지난해 9월 커피차를 이용해 LG유플러스 근로자들에게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며 W-ink 캠페인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내용을 담은 여성고용 동향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25일 발표했다. 경총은 보고서에서 최근 여성고용의 특징으로 경력 단절 곡선의 학력별 분화 및 고착화, 여성 노동력 유휴화 현상 지속, 성별로 차별화되는 실업 상황을 꼽았다.

경력 단절 여성 가운데에서도 대졸 이상(대학원졸 포함) 여성은 20대에서는 고용률이 높지만 30대부터 고용률이 떨어지기 시작해 20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하락하는 이른바 ‘완만한 M자형’ 그래프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에는 대졸 이상 여성의 30대 후반 고용률은 낮아졌고 이후에도 그 상태를 유지했다.

대졸 이상 여성 연령별 고용률(2017~2021). 경총 제공

고학력으로 분류되는 대졸 이상의 여성은 30대에서만 초대졸(전문대) 여성보다 고용률이 높고 그 외의 모든 연령대에서 초대졸보다 고용률이 낮게 나타났다.

초대졸 여성 연령별 고용률(2017~2021). 경총 제공

초대졸 여성은 ‘가파른 M자형’ 곡선이었다. 초대졸 여성은 20대 후반과 30대 후반의 고용률 격차가 20.8% 포인트(5년 평균)로 다른 학력보다 큰 등락을 보이며 경력 단절 현상을 가장 크게 겪는 모습이었다는 게 경총 설명이다. 취직한 20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직후 복직이나 재취직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초대졸 여성에게 특히 심하다는 의미다.

고졸 이하 여성은 ‘완만한 역U자형’ 그래프였다. 20대 고용률이 다른 학력의 여성보다 낮아 노동시장 진입 과정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용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 이하 여성 연령별 고용률(2017~2021). 경총 제공

경총은 “고졸 이하 여성은 2020년과 지난해 고용률 곡선이 다소 하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 다른 학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1년 이상 장기 비경제활동인구(통계청 자료에서 취업경험이 있는 자 가운데 일을 그만둔 때로부터 1년 이상 경과했거나 취직하지 않은 자를 합산)의 70.5%가 여성(지난해 기준)이었다. 핵심 경제활동 연령인 30~40대 1년 이상 장기 비경제활동인구는 90% 이상이 여성이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30~40대 여성 가운데 약 4분의 1이 1년 이상 장기 비경제활동 상태였다. 경총은 “국가 인적자원 활용 측면에서 상당히 큰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0대 여성 인구의 23.9%, 40대 여성의 24.4%가 1년 이상 장기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다.

또한 최근에는 여성 실업은 늘고 남성 실업은 감소하는 등 성별간 고용 상황이 양극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5년(2017~2021) 간 여성 실업자는 연평균 약 2.1% 증가한 반면 남성 실업자는 연평균 약 0.6% 감소했다.

코로나19 당시 여성 실업자 수(48만4000명, 2020년)는 IMF 외환위기 시기(48만6000명, 1998년)와 맞먹는 수준으로 증가한 반면 남성 실업자 수는 코로나19 시기에도 감소했다.

경총 고용정책팀 최윤희 책임위원은 “산업 전환기에 적합한 교육·훈련을 강화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산업 쪽으로 여성 인력이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