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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월드 <28> 사람 잡는 대왕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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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잡아먹는 조개가 있다고 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주먹 크기만 한 조개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릴 거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져 살고 있어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가끔 있다. 일본과 대만의 중간 수역, 수면에서 200m에 이르는 광범위한 수심에 성체의 길이 1.5m 무게 200㎏에 이르는 대왕조개(Tridacna gigas)가 살고 있다. 이들은 다른 조개와 마찬가지로 평소 입을 벌린 채 먹이감을 찾다가 위기를 느끼면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어 버린다. 만약 별다른 장비 없이 자맥질하는 사람이 부주의로 조개 입에 신체 일부라도 물리면 그 사람은 수면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물속에서 최후를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지 이들에게 식인조개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었다.

실제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만난 대왕조개 외투막을 건드려 보았는데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할 정도의 힘은 아니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체의 일부가 물리면 굉장히 당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네시아 마나도에서 관찰한 대왕조개이다. 패각을 최대한 벌리고 있다가(위) 동료 다이버가 다가가자 패각을 순간적으로 다물어 버렸다. 이때 패각 사이에 몸의 일부가 끼이게 되면 위험할 수 있다.


팔라우 해변에서 만난 대왕조개이다. 한 관광객이 자맥질로 대왕조개에 다가가고 있다. 대왕조개는 공생조류가 충분하게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햇빛 투영이 원활한 얕은 수심에서 살아간다.


●조류와 공생하는 대왕조개

대왕조개 외투막은 껍질을 다 닫지 못할 정도로 두껍게 발달해 있는데 패각 밖으로 늘어지는 외투막에는 주산텔라(Zooxanthellae) 등의 공생 조류가 살고 있다. 외투막 색이 녹색 파란색 갈색 등을 띠는 것은 공생조류로 인해 나타나는 색이다. 대왕조개는 공생조류가 광합성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낮 동안에는 패각을 최대한 열고 있다. 공생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대왕조개에 탄수화물 등의 영양분을 공급한다.



대왕조개 외투막의 색이 녹색, 파란색, 갈색 등을 띠는 것은 공생조류로 인해 나타나는 색이다.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대왕조개

원주민은 자맥질로 대왕조개를 뒤에서 안아 통째로 건져 올린다. 뒷부분의 딱딱한 껍데기 사이를 칼로 찌르면 조개 몸속에 있는 물이 빠지면서 조개 입이 벌어진다. 식용으로 쓰이는 조갯살을 다 발라내고 남은 껍데기는 세면대와 같은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활용된다. 이들 껍데기는 수집을 좋아하는 관광객을 위해 약간의 가공을 거친 다음 장식품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대왕조개 원형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왕조개의 부산물을 흔하게 접한다. 바로 1990년대 중반부터 진주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핵진주의 핵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바로 대왕조개의 핵과 껍데기 가루이다. 식용, 장식용, 공업용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재 대왕조개는 CITES 부속서Ⅱ에 등재되어 있다.



부산해양자연사 박물관에 전시중인 대왕조개의 패각. 살을 발라낸 대왕조개 패각은 장식물 등으로 사용된다.


●방휼지세(蚌鷸之勢)

대왕조개에 신체의 일부가 끼여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하면 이를 지나친 과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연 속에서는 상상 밖의 여러 일이 생길 수 있다. 방휼지세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말로 도요새가 조갯살을 파먹기 위해 긴 부리를 조개 입 사이에 넣었다가 조개가 입을 다물어 버리는 바람에 도요새와 조개 모두 꼼짝 못 하는 형세를 말한다. 이때 지나가는 어부가 버둥거리는 조개와 도요새를 별다른 노력 없이 잡았다는 데서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가 생겨났다. 대왕조개를 이야기하며 방휼지세의 고사를 끄집어낸 것은 조개가 도요새의 부리를 물어 버리듯 대왕조개 입에 신체 일부가 끼이게 되면 조개 입에 물린 도요새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목에 작살을 단단히 묶은 채 물고기를 겨냥하고 쏘았던 작살이 바위 틈에 꽉 끼이는 바람에 작살을 빼내지도 손목에 묶은 결속을 풀지도 못해 물속에서 혼쭐이 난 사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몸이 물속 어딘가에 끼여 수면으로 올라 올 수 없다면 그만큼 공포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갯벌에 내려앉은 도요새 한 마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중국 고사 방휼지세와 어부지리는 도요새와 조개를 소재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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