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욱 前구청장 비판 여론 수용
- 시의회 청문회 압박도 컸을 듯
- 朴시장 첫 기관장 선임부터 삐걱
- 향후 인선도 여파… 리더십 타격

부산도시공사 신임 사장에 내정되고도 공모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던 박현욱 전 수영구청장(국제신문 17일 자 2면 보도)이 결국 스스로 사장직을 포기하는 결정을 했다. 박 전 구청장의 이례적인 셀프 공모 철회의 배경과 향후 재공모 절차 등에 시와 지역 정가의 관심이 집중된다.박 전 구청장은 17일 오전 박형준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산도시공사 사장 공모 신청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주 시 담당 부서에 박 전 구청장을 신임 도시공사 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는데, 박 전 구청장이 스스로 공모를 철회한 것이다. 박 시장은 “안타깝지만 본인의 뜻을 존중한다”며 철회 의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 인사’ 비판과 청문회 부담

박현욱 전 구청장이 부산의 핵심 공기업인 도시공사 사장에 내정되고도 스스로 자격을 내려놓은 데에는 ‘보은 인사’라는 비판 여론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구청장은 박 시장으로부터 수영구청장 공천을 받아 당선됐고, 지난 보궐선거 때는 박 시장 선대위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박 전 구청장의 응모 직후부터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박 전 구청장 역시 “박 시장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랜 고민 끝에 공모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의회 인사검증특위의 청문회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 전 구청장은 사장으로 내정되기 전부터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거센 공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하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진 점도 박 전 구청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시 안팎에서는 박 시장의 뜻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과의 사전 교감이 없는 상태에서 박 전 구청장이 사장에 응모하면서 박 시장 측근 그룹 일부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 전 구청장을 사장으로 내정해 ‘모양새’를 갖춰줬고, 이같은 상황을 감지한 박 전 구청장이 스스로 뜻을 접었다는 해석이다.

■남은 공공기관장 선임 어쩌나

박 전 구청장이 스스로 응모를 철회하면서 박 시장으로서는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취임 후 첫 공공기관장 선임부터 스텝이 꼬이면서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과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고, 내년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박 시장으로서는 시의회와 시민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인사나 핵심 공약 추진 등에 있어 과감한 결정을 내릴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이번 주 중으로 도시공사 사장 재공모에 나설 방침이지만, 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 전 구청장처럼 박 시장 캠프에서 일한 인사들이 재공모에 신청할 예정이어서 ‘보은 인사’ 논란이 재점화할 수도 있다. 도시공사 사장 선임이 차일피일 미뤄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부산교통공사 사장을 비롯해 다른 공공기관장 임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병욱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