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의무 소홀히 한 정황 드러나면 법적 책임 묻기로

경제계에서는 구체적 기준 등 모호하다며 우려 표시



정부가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반면 경제계에서는 구체적 기준이 모호해 부작용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근로자의 안전을 챙기겠다는 법안의 애초 취지와 달리 정부와 산업계 간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정부는 내년 1월 27일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제정안은 노동자 사망 등 같은 심각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해당 기업의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가 재해 예방을 위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경영 책임자가 지켜야 할 구체적 의무는 ▷안전보건 경영 방침 설정 ▷유해·위험 요인 점검·개선을 위한 업무 처리 절차 마련 ▷ 안전보건 전문 인력 배치 및 관련 예산 편성 등이다.

　이와 함께 제정안에는 급성중독 등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에 대해 24개 항목을 명시했다. 아울러 공중이용시설과 공중교통수단 결함으로 사망자 1명 등의 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중대 시민재해로 규정하는 한편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정부는 제정안이 시행되면 경영 책임자들의 안전 의식이 높아져 중대 재해 발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산업재해 경감에는 동의하지만 법리상 명백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 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입장문을 통해 법안의 구체성 부족으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많은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건설업계에서도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과실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 법안은 경영 책임자에 대해 고의범에 준하는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