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송 업계 노사와 학계, 부산 시민단체는 5일 부산 중구 마린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내 해운사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해운사들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과 관련, 해상운송 업계와 학계,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공정위 방침대로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면 사실상 국내 중소형 해운사들의 경영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항 등 항만 관련 업계가 받는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2개 해운업계 및 시민단체, 학계로 구성된 ‘해운 죽이기 결사저지 국민대책위원회’는 5일 부산 중구 마린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운업계에 대한 공정위의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는 한진해운 사태 재발과 한국 해운 죽이기”라며 “과징금 부과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최소 5000억 원에 달하는 공정위 과징금은 기사회생한 해운업을 다시 고사시키는 행위이자 해운재건이라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대통령 직속 ‘해운산업 발전위원회’ 설립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최근 23개 해운사업자와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총 122차례의 운임 관련 합의가 있었다며 동남아 항로 관련 매출액의 8.5~10%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해운법이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해운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정위의 이번 방침은 국내 해운사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등 외국 해운사들도 해당되는 만큼 외교 문제로 비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방침을 두고 해운산업 죽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부산항운노동조합과 부산항만물류협회는 지난 2일 과징금 부과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에서 “우리는 4년 전,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봤다”며 “해운산업이 다시금 활력을 되찾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공정위는 또다시 한진해운 파산에 버금가는 심각한 제재를 가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운산업이 붕괴되면 선원, 하역노동자, 화물차주, 선용품, 급유, 줄잡이, 예선, 도선 등 부산항 항만산업이 붕괴되고 항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