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핵심 인사와 연쇄 회동을 진행 중인 정부가 2030 부산 월드엑스포와 관련해 ‘발등의 불’로 인식되는 민간 유치위원장 선임 문제를 공식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 사업으로 지정된 ‘부산 엑스포 유치’의 중요도와 난항을 겪는 위원장 선임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대기업 총수와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적어도 ‘엑스포 난제’에 대한 해결 의지 정도는 보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4일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사장단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다. 안건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도운 기업들에 감사 메시지 전달 ▷각종 경제계 현안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는 ‘회동에서 엑스포 관련 내용이 논의되느냐’는 질의에 “안건을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박진규 산업부 차관 등도 3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간담회를 했다. 하지만 민간 유치위원장 선임 등 엑스포 현안은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경제계 애로 사항 청취’가 간담회 취지였다. 앞서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 간 간담회에서도 유치위원장 선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최근 정부와 재계 간 스킨십 강화는 문 장관 취임과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본격화됐다. 이는 양측 간 논의 내용이 반도체 수급난 해결과 국내 대기업의 ‘44조 원 대미 투자’ 후속 조치, 수출 증가세 유지 방안 등에 맞춰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문 장관은 취임 직후 경제 5단체장과 개별적으로 면담을 진행했는데, 산업부가 면담 때마다 발표한 ‘논의 안건’에 엑스포 관련 내용이 포함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회동 및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 대부분은 민간 유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다. 회담 도중 비공식적으로 엑스포 관련 내용이 언급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부산 엑스포 유치’가 과연 국가 사업인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정부와 재계 간 총력 의지를 다지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가장 시급한 위원장 선임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성근 ‘2030 월드엑스포 부산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요 기업이 (유치위원장직에) 선뜻 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기업을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