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전수조사 등 보완 절실

아파트 청약 시장이 과열되면서 지난해 청약 당첨 이후 부적격 사례로 분류된 신청자가 약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산 연제구 레이카운티(조감도)의 청약 과정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부적격 당첨자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국민의힘 정동만(부산 기장)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청약 당첨자는 총 20만 997명으로, 부적격자는 1만9101명(전체의 9.5%)였다. 이 가운데 청약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었던 레이카운티에서 부적격자가 무려 390명이나 나왔다. 청약 부적격 물량은 예비 당첨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레이카운티는 당시 부산지역 최고인 3.3㎡당 1810만 원의 분양가가 책정됐지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를 피한 마지막 물량이라는 점에서 폭발적인 청약 열기를 불러왔다. 레이카운티는 지난해 9월 특별공급을 제외한 1순위 일반공급분 1576세대 모집에 총 19만117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평균 12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부산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총 86만 명)의 5명 중 1명이 이곳의 청약에 도전한 것이다. 이번에 부적격 당첨자가 이곳에서 많이 나온 이유도 청약 자격 등을 따지기에 앞서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묻지마 청약 신청자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이후 분양권 거래가 시작되자 이 아파트의 분양권은 이달 들어 분양가의 배가 넘는 13억 원(국제신문 지난 24일 자 12면 보도)을 웃도는 가격에 실거래돼 신고됐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주택 청약제도가 일확천금을 노리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하다. 반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청약 조건 등이 한층 까다로워지거나 복잡해지면서 청약 자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신청자가 속출하면서 부적격 당첨자가 많아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동의대 강정구 부동산대학원장은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청약 당첨만 되면 거액을 벌 수 있는 ‘로또 청약 시장’이 전개되면서 내 집 마련이 급한 실수요자도 아닌 무조건 청약 신청을 하고 보자는 가수요도 많다”며 “분양 승인을 한 관할 지자체가 청약 당첨자 발표 이전에 자격 여부 등을 전수조사하는 제도를 도입해 부정 및 부적격 청약자를 걸러 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제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부적격 청약 신청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청약제도가 자주 바뀌면서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으며, 부적격 당첨으로 당첨의 기회를 날린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청약 당시 부적격 여부를 판단해 걸러낼 수 있는 ‘사전 검증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