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북항 공공콘텐츠 구축 사업을 국가재정사업이라고 판단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감사의 당위성 여부가 드러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9일 복수의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해수부 내부에서도 이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적으로는 트램(노면전차) 설치 등 북항 공공콘텐츠 구축 사업(총비용 1700억 원)의 경우 전체 사업비(2조 4221억 원) 변경 없이 부산항만공사(BPA)의 투자로 이뤄지는 만큼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아울러 이 사안은 항만재개발법상 ‘경미한 변경’인 까닭에 처음부터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기재부도 본지의 질의에 “원칙적으로 협의가 불필요하다”고 답변(국제신문 지난 3일 자 1면 보도)했으며 박준영 전 차관도 지난 4일 열린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초 감사를 시작하면서 “북항 공공콘텐츠 구축 사업은 금액이 큰 데다 신규 분야이기 때문에 기재부 협의가 필요하다”며 사업을 중단시켰던 해수부로서는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특히 재정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게 되면 ‘억지 감사’를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부적절한 감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일부 지역 시민단체는 이미 해수부의 공식 사과와 배후 세력 규명, 청와대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해수부가 잘못된 행정에 대해 수습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추진단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해수부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수부 안팎에서는 이른 시일 내 마무리하겠다는 방침과 달리 감사 결과 발표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뒤 파장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게다가 지난 18일 기획조정실장이 해수부 차관으로 내정되면서 추가 인사 요인이 발생함에 따라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 관련 업무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감사 결과 발표에 시간을 끄는 것은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 전체 일정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해수부가 빠른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