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시민 상징적 공간 이해 없이
- 공공콘텐츠 조성에 부정적 의견
- 편의주의 행정에 빠져 감사 진행
- 문성혁 장관 “재개발 사업 계속”

해양수산부의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 감사가 행정편의주의에서 나온 예견된 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항 재개발을 단순한 토목·건설 분야로 여긴 나머지 항구의 역사성이나 부산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역시민단체나 학계 인사들은 29일 해수부가 북항 재개발의 의미를 건설 쪽 시각으로만 국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876년 개항한 북항 1부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항구다. 또 한국전쟁 때는 전시물자가 들어왔으며 이곳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온 수많은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역사학자들이 말하는대로 북항은 단순한 항구가 아니라 ‘근대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해수부의 감사 배경을 살펴보면 북항 재개발 사업을 정부 부처가 추진하는 일반 사업의 하나로 인식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램 건설 등 공공콘텐츠 사업이다. 2019년 출범한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추진단)이 북항을 항만 기능 외에 시민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춘 곳으로 개발하려 하자 해수부 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사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항만 재개발인 데다 외국 사례 외에는 선례로 삼을 만한 것이 없어 성사가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항의 공공콘텐츠 구축 비용이 전체 예산의 10% 미만으로, 항만재개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미한 사업에 해당하는데도 해수부가 기재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2019년 초까지 11년간 45%에 머물렀던 공정률이 추진단 출범 이후 77.8%로 껑충 뛰는 등 실제로 증명된 효율성도 해수부의 ‘토목·건설 우선 정책’ 앞에서 무의미했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의 토목직 공무원은 “항만의 효율성만 높이면 되지, 거기에 공공콘텐츠를 접목한다는 발상을 처음에는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타난 해수부의 태도로 미뤄볼 때 북항 재개발은 그들에게 단순한 토목·건설 공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부산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편의주의 행정은 시민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성혁 해수부장관은 이번 사태 발생 후 2주일여 만에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문 장관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북항 재개발 추진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이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업이다.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트램사업이나 공공콘텐츠 설립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며 “이 같은 사업이 잘 추진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장관은 이번 사태가 내부 알력으로 촉발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문 장관은 사태가 불거진 후 이 사안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아 지역사회로부터 직무유기라는 비판(국제신문 지난 29일 자 4면 보도)을 받았다.

염창현 신심범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