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개발추진위, 靑 청원 등 과제 설정
- 부산 시민단체·경제계 “힘 보태겠다”
- 항만재개발법 개정 등 정치권 역할 절실

해양수산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는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서는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에 힘을 실어 주되 이를 뒷받침할 범시민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의 핵심 시설인 오페라하우스 등이 들어서는 공사장 일대. 부산항만공사 제공

27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진위원회를 포함한 시민단체 등은 해수부의 비정상적인 행정을 방치할 경우 ‘100년 대계’인 북항 재개발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추진위원회는 지난 26일 열린 비상회의에서 ▷청와대 청원 ▷차기 장관 내정자에 입장 표명 요구 ▷항만재개발법 개정 촉구 등을 향후 과제로 설정했다.

이 때문에 추진협의회의 효율적인 과업 진행이 이뤄지려면 시와 시민단체 경제계 정치권 등을 아우르는 조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업 주체인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이하 추진단)은 해수부 산하 기구, 추진협의회는 강제성이 없는 조직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어서다. 올해 12월까지만 존속하기로 돼 있는 추진단의 경우 이번 사태를 촉발한 해수부 항만국 소속이어서 상부 지침에 반기를 들기는 어렵다. 게다가 ‘실시계획승인권’이 지난해 부산항건설사무소로 이관된 상태여서 자체 추진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지역에서 나온 수익을 고스란히 중앙으로 가져가는 내용을 담은 항만재개발법 등에 대한 개정 역시 지역 정치권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다음 달 4일 예정된 청문회에서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부터 북항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책 방향을 이끌어 내는 것도 지역 정치권의 몫이다.

시민단체와 경제계는 범시민 차원의 지원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르노삼성자동차의 전신인 삼성자동차와 한국선물거래소 부산 유치 등을 범시민단체가 이뤄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거론했다. 1990년대 부산은 삼성자동차 본사를 부산에 설립하기 위해 대대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하면서 경제계·관계·정계·학계 등 각 분야에서 힘을 합쳤으며 유치 희망 서명만 100만 명이 넘었다. 정부는 결국 1994년 12월 7일 부산에 삼성자동차가 들어서는 일을 공식 허용했다. 한국선물거래소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부산의 시민사회는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워 정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성공시켰다.

‘부산항을사랑하는모임’ 박인호 대표는 “삼성자동차와 한국선물거래소 부산 유치에서 보듯 북항 재개발에는 정계·상공계·학계·시민단체 전체가 한 뜻, 한 몸으로 똘똘 뭉쳐 전체 과정을 감시 격려 제언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 시민단체와 부산시, 시의회의 모임 때 북항 재개발과 관련된 범시민협치단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으나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며 이에 대한 재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상의 차원에서 기존에 발표했던 성명서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다며 범시민적 대응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원희연 추진협의회 위원장은 “현재는 추진협의회를 잘 작동시켜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면서도 “추진위원회를 확대한 형태의 범시민단체를 만들 수도 있다”며 별도의 조직 발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염창현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