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규정 무시, 활동 차단 의도”
- 시민 의견에 귀 닫는 처사 비판

해양수산부가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에 제동(국제신문 23일 자 2면 등 보도)을 건 데 이어 북항 통합개발 시 난개발 방지 및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전문가로 구성한 시민대표의 의견 수렴까지 원천적으로 봉쇄키로 해 지역 여론에 귀를 닫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25일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협의회(이하 추진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해수부의 1단계 재개발 사업 중단 결정과 관련해 26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5층 회의실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으나 지난 23일 해수부로부터 ‘회의개최 지원 불가’ 통보를 받았다. 원희연 추진협의회 위원장은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이 중단된 데 대해 협의회의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쟁점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해수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는데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원불가 방침을 전해 왔다”며 “해수부와 추진협의회 간 운영 규정에 따라 해수부는 협의회에 전반적인 행정지원을 해야 함에도 이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북항사태와 관련한 추진협의회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간 추진협의회 개최 시 장소 지원 및 자료 제공 등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에서 맡아 왔다. 추진협의회 측은 회의장소 사용 불허에 따라 국제여객터미널 시민개방공간인 홍보관에서 회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017년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 재직 시 출범한 추진협의회의 운영 규정에 따르면, 추진협의회는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각 분야의 지역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1조)돼, 통합개발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전문가 견해를 해수부에 제안(2조)하기 위해 설립됐다. 특히 운영 규정 7조와 10조에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임시회의를 개최할 수 있고, 협의회의 전반적인 행정지원은 해수부에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원 위원장은 “북항 일원은 항만 철도 군사시설 이전 등 복잡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 중이어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속히 추진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전담조직 신설이 절실하다는 추진협의회의 제안에 따라 2019년 3월 통합개발추진단이 발족돼 잘 운영돼 왔다”며 “부산의 난개발을 막고 원활한사업 추진을 위해 전국 처음으로 시민대표 의견을 수렴·반영하려고 내규인 운영 규정까지 만든 해수부가 지금에 와서 행정지원을 끊겠다는 것을 보면 북항통합개발이 심각한 암초를 만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추진협의회는 현재 2기 위원들이 활동 중으로, 도시계획 항만물류 건축 토목 문화예술 관광 시민단체 등에서 4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북항 2단계 사업 계획에서 5물양장의 매립 대신 정비해 보존키로 한 것도 추진협의회의 의견을 해수부가 수용하면서 결정됐다.

염창현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