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무자료 면세유 쓰면서

- 보조금 챙겨 부정수급 의심

- 18년간 3628억 지급했는데

- 별다른 검증·감독 절차 없어

부산항을 비롯한 전국 항만에서 무자료 면세유(일명 뒷기름)를 내항화물선에 넣고 정부로부터는 유류세 보조금을 챙기는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2001년부터 18년 동안 매년 평균 200억 원, 총 3600억 원이 넘는 유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도 별다른 검증이나 감독을 거치지 않아 혈세가 줄줄 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석유관리원 영남본부와 실시한 내항화물선 유류세 보조금에 대한 합동 점검 결과 지난해 하반기 지급한 보조금 49억 원 중 37억 원이 수급 불일치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점검은 한국석유관리원이 관리하는 석유공급업체가 각 선사에 공급한 유류 세부 내역과 각 선사가 보조금 수령을 위해 부산해수청에 제출한 내역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정보가 불일치한 경우가 전체의 75%에 달했다. 불일치 보조금 37억 원이 모두 부정 수급으로 확인될 경우 이들이 실제 넣은 기름값을 통상의 선박용 경유가로 환산하면 148억 원에 이른다. 유류수급 시스템에는 입·출하 내역이 없는데도 선사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이는 결국 부정한 방법으로 미리 확보한 무자료 ‘뒷기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부산해수청은 보고 있다.

작년 하반기 동안 부산에서 지급된 선박용 유류세 보조금에 대한 부산해수청과 석유관리원의 합동 조사는 유류세 보조금 지급 실태에 대한 정부기관의 첫 조사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를 토대로 최근 전국 항만에 대한 유류보조금 실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내항화물선 유류세 보조금은 내항 화물운송업자가 선박에 사용하는 경유에 대해 ℓ당 266.58원(유류세 인하 후)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로, 2001년 경유세 인상 때 경유를 주로 사용하는 화물선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부산에서는 지난해에만 71개 업체에 104억 원, 전국적으로는 277개사에 252억 원이 지급됐다. 해수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내항화물선 유류세 보조금 예산만 4297억 원이 책정됐고, 이 중 3628억 원이 실제 지급됐다. 지난해 부산항의 수급불일치 비율 75%를 감안하면, 3000억 원 가량이 부정 지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지급되는데도 이전까지는 단속 및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확한 유류수급 자료 부재, 산업부와 해수부로 나뉜 관할 부처 이원화 등이 주된 이유다. 산업부 소속 한국석유관리원은 2014년에 와서야 석유제품 수급보고시스템을 구축했고, 그나마 선박에 많이 쓰는 벙커C유와 관련된 정보는 2017년에야 완비했지만, 선박 관리 부처인 해수부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부산해수청은 수사 결과 유류 보조금 부정 수급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선사에 6개월간 유류세 보조금 지급을 정지하고, 이미 지급된 5년 치 보조금은 환수하기로 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