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 교역규모 2017년 144억불
- 관세인하·통관절차 간소화 등
- EU FTA 혜택 사라져 기업 피해
- 자동차 무관세→ 10% 오를 수도
- 산업부, 이달 말 FTA 체결 협의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거부로 영국의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대(對)영국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 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나 유예기간 없이 유럽연합(EU)에서 즉시 탈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은 영국으로 제품을 수출할 때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 자동차·선박 관세율 올라갈 듯

산업통상자원부는 영국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영 FTA 체결을 조속히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영국 하원은 자국 정부와 EU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난 15일(현지 시간) 부결 처리했다. 이 합의안에는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2020년 말까지 21개월의 전환 기간을 둔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과 EU가 맺은 FTA도 이 기간 영국에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영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2011년 7월 발효된 한·EU FTA에 따라 관세 인하와 통관 절차 간소화 등 혜택을 받는다. 이 덕분에 2017년 한국과 영국의 교역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144억4000만 달러(산업부 집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합의안 부결로 영국이 EU에서 즉시 탈퇴(오는 3월 29일 예정)하면 우리 기업은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산업부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매기는 관세가 10%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자동차부품은 최대 4.5%로, 선박과 항공기부품은 각각 최대 2.7%와 6.0%로 인상된다. 이들 4개 품목은 현재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는다.

■ ‘기회로 활용해야’ 주장도

산업부가 한영 FTA 체결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은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해 우리 기업의 대영국 수출을 보다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과의 교역 비중이 크지 않아 당장 수출 전선이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자동차와 조선 등 특정 업종의 수출 차질은 우려되는 만큼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98%(지난해 1~11월 누적 수출액 기준) 수준이다. 노 딜 브렉시트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이후 상호 무역장벽을 높여 양측 간 교역이 감소하면 그 틈새를 한국 기업이 파고드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오는 30, 31일 영국 런던에서 한영 FTA 체결 방안을 영국 측과 협의한다. 한국무역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를 공동 운영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노딜 브렉시트 따른 주요 업종 관세율 변화 구분 현재 3월 29일 이후(전망치) 자동차  무관세 10% 자동차부품 무관세  4.5% 선박 무관세  2.7% 항공기부품 무관세 6.0%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최대 관세율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