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절벽 속 대출규제에 치명타
- 실수요자 새 집 이사도 어려워
- 입주 급증한 연제·남구 등 비상
- 건설사, 청약 악영향 우려 부심
- 부산 청약조정지역 해제 급하다

9·13부동산대책에 포함된 대출 규제안이 이달 말부터 본격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규 아파트 미입주에 대한 불안감이 부산지역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입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입한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해 전세 보증금을 확보하거나, 대출로 해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대출 규제 영향으로 자금 확보가 되지 않아 미입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급락한 전세가격, 미입주 번지나

청약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부산 연제구는 최근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 미입주에 따른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연제 자이’는 최근 6개월 사이에 전세가격(84㎡ 기준)이 4000만 원 넘게 하락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연제 롯데캐슬 데시앙’ 역시 전세가격이 3000만~4000만 원 떨어졌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별로 차이가 있지만, 입주 단지는 실입주자와 투자자가 4 대 6 정도의 비중을 보인다”며 “최근 규제 영향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며 전세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데, 결국 돈이 묶이는 상황이 지속돼 미입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연제구의 입주 물량은 2410세대로 집계됐다. 남구가 가장 많은 7101세대로,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미입주 우려는 부산 전 지역에 걸쳐 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난 9월 부산지역 전세가격 지수는 97.6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부산의 전세가격 지수는 지난 1월부터 매달 감소했다.

■셈법 빨라진 건설사

지난 1일 분양에 들어간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도 정부 부동산 규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물산은 통상 20% 수준으로 잡는 예비 당첨자를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표면상으로는 청약 조정대상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기준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에 미분양이 발생하면 향후 부산에서 이어갈 대규모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 역시 계약에 들어가는 오는 25일부터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어서 업계 고민은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내년 초 연지2구역(2700세대) 시작으로 내년 연말까지 각각 4000세대가 넘는 거제2구역과 온천4구역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청약 조정대상지역이 지정되며 기존에는 거의 없던 부적격 물량이 30%까지 치솟았다”며 “내부 회의를 통해 연지2구역 사업부터 마케팅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부산은 규제 최소화를”

업계는 청약 조정대상지역에서 부산을 제외하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로 이미 거래량 급감이라는 현상을 겪고 있으므로, 신규 규제는 과하다는 지적이다. 9·13부동산대책에서 가장 파급력이 높은 것은 결국 대출 규제다. 1주택자의 경우 부부합산 소득 1억 원을 초과할 때 원천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이 금지된다. 게다가 금리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올 연말 혹은 내년 초에 입주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온다.

동의대 강정규(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수요자도, 투자자도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거래가 완전히 잠긴 상태이므로, 미입주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뤄질 전망”이라며 “일부 투기성 수요가 일어날 수 있겠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므로 청약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