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중후장대형’ 산업인 조선업계가 올해 들어 선박 제조와 유지관리 과정 등에 4차 산업 관련 최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수주 절벽’과 장기 불황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선박 디지털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고부가가치형 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조선해양은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인텔코리아와 함께 ‘스마트십 4.0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지난 17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스마트십은 항로·기상 등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안전하고 가장 경제적인 항로를 찾아내 운항할 수 있는 배를 말한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NBP의 클라우드 및 IoT(사물인터넷) 기능을 활용해 자사 선박의 운항·제어를 선내가 아닌 육상의 관제본부 등에서 수행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또 인텔의 IoT 솔루션을 선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선박의 안전성을 높이고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대우조선해양의 설명이다. NBP는 “이번 업무협약은 인터넷·게임 분야에 적용해 온 클라우드 플랫폼을 조선·해운업 등 기간산업에 활용한 매우 의미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선박의 앞뒤 부분 곡선 구간을 자동으로 성형하는 ‘곡 성형 로봇시스템’을 개발했고, 지난해 7월에는 운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통합 스마트선박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스마트십과 관련한 사이버 보안 기술 인증을 세계 최초로 획득했다.

조선업에 부는 ‘ICT 도입’ 바람은 미래형 신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산업 구조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그간 ‘굴뚝’ 산업으로 불리며 ICT 도입에 상대적으로 더딘 속도를 내 왔지만, 이제는 디지털화를 통해 장기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곡 성형 로봇시스템’은 연간 1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