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변 지인으로부터 서울 강남 아파트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는 부산시민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실제로는 부산을 비롯한 각 지역의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규제 탓에 값이 오를 만한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우리나라 대표 전국구 시장인 서울 강남 아파트를 매집하고 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듯하다. 인터넷 포털을 검색하면 ‘똘똘한 한 채’가 자동 완성 기능으로 검색될 정도다. 왜 갑자기 똘똘한 한 채가 주목받는 것일까.

이는 최근 정부의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와 관련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오는 4월부터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것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양도세 중과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홍은동 자택 처분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 방안은 시장에서 이른바 ‘규제의 역설’로,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니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고 시장 상황은 규제를 따르기보다는 버티겠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20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량이 637건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량 402건보다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이야 시장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주택시장 연착륙을 원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는 듯하다. 강남 맞춤형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강남 맞춤형 보유세 강화의 실현 여부와는 상관없이 문제의 심각성은 다른 데 있다. ‘똘똘한 한 채’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인식이다. 강남 집값 상승 문제를 보유세 등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미 노무현 정부 때 강남 집값 을 잡으려다가 실패한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 경험이 있다. 그래서 더욱 강남 집값 문제에 예민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경험이나 학습을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주택자도 똑같이 경험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항간에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이유로 버티기에 들어간 다주택자들이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강남 집값이 지역 시장에 미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정부의 합리적이고 차분한 대응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주택·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