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수출량 절반 적용돼 비상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 세탁기를 겨냥한 미국 당국의 ‘고관세 부과’ 권고안으로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와 관련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권고안을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양사 세탁기에 대한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 대로 설정하고, 향후 3년간 이 물량을 넘어 수입되는 세탁기에 대해서는 첫해 50%, 2년 차와 3년 차에는 각각 45%와 4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게 권고안의 골자다. 지금은 사실상 무관세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 조치다. ITC는 다음 달 4일 최종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권고안을 제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 및 수위를 확정한다.

이번 권고안은 미국의 가전업체 ‘월풀’이 자사 및 자국 산업의 피해를 주장하며 지난달 6일 삼성·LG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에 따른 것이다. 당시 월풀은 ITC에 ‘일률적인 50% 관세 적용’을 요구했다. 삼성·LG전자는 수입제한 조치가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면서도, 꼭 필요하다면 TRQ를 145만 대로 설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따라서 ITC의 이날 권고안은 월풀과 국내 두 기업의 요구를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미 수출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양사 세탁기 중 절반 정도가 ‘50% 관세’ 영향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성·LG전자에 따르면 양사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은 연간 200만 대 안팎이다. 지난해 양사 세탁기의 대미 수출액은 10억 달러(지난해 말 환율 기준 1조1400억 원)에 달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