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자니 경기부양에 찬물
- 내리자니 가계부채 폭탄 키워
- 성장률 전망 4년 만에 최저치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2.8%에서 0.3%포인트 낮췄다. 지난 연말 정부가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3.0%→2.6%)보다 0.1%포인트 낮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2% 초·중반대로 내다보면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 소비 둔화·美트럼프 불확실성

한은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2012년 성장률 전망치(2.4%)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한은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가 둔화되겠지만 수출이 세계 경제 회복에 힘입어 개선되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후 대외 여건 변화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를 발표한 이후 대내외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 이후 시장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주의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이후의 기대 변화 등이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경제 외적인 변화가 있어 그에 따른 심리 위축으로 민간 소비가 둔화될 것으로 보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 경로의 하방 리스크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세계교역 신장세 약화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에 의한 경제심리 회복 지연 등을 지적했다. 상방 리스크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확장적 재정 정책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 IT 등 일부 업종의 업황 개선에 의한 기업수익 및 설비투자 증가 ▷정부의 경기 활성화 대책 등이 꼽혔다.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높은 유가 수준 등으로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연간 1.8%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 기준금리는 7개월째 동결

금융통화위는 이날 1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7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탄핵 정국과 미국 신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기준금리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금리 격차를 줄여야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13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문제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금융 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