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한진해운 터미널. 연합뉴스

부산시 한 고위 관계자는 지역총생산(GRDP)의 30%를 창출하는 해운·항만·수산 산업의 핵심 기업인 한진해운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에 지역의 재계 및 금융계, 시민단체, 부산항만공사 등과 머리를 맞대고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특히 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25일 서병수 시장이 "한진해운 사태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책을 강구하라"는 긴급 지시가 떨어진 후 빨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재정여건과 형평성 문제로 직접 자금 지원은 힘들겠지만, 그 외 가능한 모든 제도적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의 이런 움직임은 한진해운의 운명에 따라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곧바로 해운동맹체 퇴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산항의 물동량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부산 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은 지난해 부산항에서 길이 6m 기준 컨테이너 182만1000여 개를 처리해 전체 물동량의 9.3%를 차지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자의 선박압류가 잇따르고 화주들도 계약을 해지해 정상적인 화물수송이 어렵고, 이는 부산항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회생 불능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산에서는 수천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연관 산업 피해까지 감안하면 그 범위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지난해 11월 지역의 미래 비전으로 '해운하기 좋은 도시'를 선언하고 향후 10년간 해운 전문가 1만 명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혔던 부산시로서는 한진해운 사태에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연간 270억 달러를 생산하는 해운산업은 우리나라 5위 수출부문이자 조선 철강 전자 금융 항만물류 등 연관산업에 대한 높은 파급효과를 갖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시 당국만이 아닌 시민 전체의 열망과 지혜가 담긴 구체적 지원책을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