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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스토리 <11> 박상호 신태양건설 회장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詩人, 건축물에 시적 감성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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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호 신태양건설 회장이 사내 복도에 걸린 자신의 대표작들을 가리키며 건축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휴머니즘과 미적 가치를 느림의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의예과 진학해 공부하다 중단
- 시인과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
- "시·건축 아름다움 추구 공통점"

- 대출금액 '0' 무차입 경영 원칙
- 자연을 닮은 창의적 건축 지향
- 아파트 분양 때마다 대박행진

- 부산서 세번째 '1억 기부 회원'
- 행복 나눔 사회환원도 앞장서
- 한국현대인물 33인 선정되기도

세계건축기행 시리즈 취재를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은 적이 있다. 거기서 받은 문화적 충격과 감동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가우디였다. 가죽재킷이 아니라 불멸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말이다. 근대건축의 3대 거장에 꼽히는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의 신으로 극찬한 그는 찬란한 유산을 남겼다. 스스로 '신의 선'으로 일컬은 곡선을 통해.

바르셀로나에 퍼져 있는 그의 유작들은 한마디로 건축의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으로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구엘 공원과 카사 밀라 등을 둘러보며 찬탄을 금치 못했다. 직선에 익숙했던 터라 공원의 타일 벤치마저 너울너울 춤추는 모양새를 접하며 느낀 울림이란. 지난 100년에 이어 앞으로 한 세기는 족히 더 걸릴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는 가우디 건축의 알파요, 오메가다. 가우디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은 건축 스토리텔링의 천재였다. 그가 남긴 12개 건축물 중 절반이 넘는 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으니 더 말해 뭣하랴.

주식회사 신태양건설 박상호(61) 회장은 가우디 숭배자다. 그는 작은 건축, 느림의 건축을 지향한다. 여기서 작은 건축은 규모를 뜻하지 않는다. 창의적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방안을 고민하고,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성냥갑처럼 뚝딱뚝딱 해치우는 직선 건축을 굳이 마다하고 품과 시간이 더 드는 슬로 건축에 땀을 쏟는다. 해운대 동백섬 APEC정상회의장인 누리마루에서 시작해 흡사 나무가 자라나는 듯한 자연친화적 이미지의 해운대 베르나움, 주상복합건물에 마당과 채광 개념을 도입한 화명동 레지던스 엘가 등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박 회장은 감성적인 동시에 치밀한 사업가다. 유명 시인이라는 점에서 감성 경영을 엿볼 수 있고, 빚을 한푼도 지지 않고 무차입 경영을 한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고객은 품질에 만족하고, 행복에 열광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가치지향적이다. 대표작으로 꼽는 아미산 전망대는 비상하는 솔개 형상을 한 건축물이다. 철새와 모래톱, 갈대 낙조가 어우러진 천혜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건축으로 스토리텔링한 케이스다. 단순히 풍경이 잘 보이기만 해선 안 된다. 그것을 통해 감성을 일깨워주고자 하는 의도가 배어있다.

박 회장의 감성은 시로 뒷받침된다. '시쓰는 CEO'란 애칭을 들을 정도로 그는 시에 흠뻑 빠져 있다. "건축과 시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잖아요. 시로 표현하고자 하는 휴머니즘과 미적 가치, 즉 예술성을 건축의 기능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제 꿈입니다." 다시 말해 자기중심적이고 폐쇄적이며, 이기적인 건축을 깨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공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그는 문학에 빠져든 예비 의학도였다. 교사였던 부모를 일찍이 여의고 홀로 남았지만 어머니가 불어넣어준 문학의 향기는 그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공부에 매진해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어떡하든 의사가 되기 위해 가정교사도 맡았지만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엄청난 시련을 맞게 된다. 해수욕장에 함께 간 아이가 물놀이를 하다 심장마비로 급사했던 것이다. 부모에 이어 가르치던 아이까지 잃은 참담함이란. 방황을 거듭하던 그는 결국 예과 2년을 마친 뒤 학업을 포기하고 사업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외삼촌의 도움을 받으며 그는 죽을 각오로 뛰었다. 밤잠을 설치며 일하는 바람에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견뎌냈다. 그리고 우뚝 일어섰다. 박 회장은 CEO의 삶을 이렇게 말한다. '그건 쌍무지개가 피어오르는 장미정원을 거니는 게 아니다. 황량한 사막을 순례하는 가시밭길이다. 강한 모래폭풍과 찌는 불볕더위, 그리고 죽음을 부르는 모래함정을 넘어서야 한다. 타는 목마름과 구도자의 심정으로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과 강한 의무감이야말로 CEO가 갖춰야 할 자질이자 숙명이기도 하다'.

그 험난한 여정을 거쳐 박 회장은 신용평가등급 A를 자랑하는 신태양건설을 일궈냈다. 은행빚이 없는 탄탄한 재무구조 덕분에 원가 절감을 통해 건축주들에게 믿음과 이득을 안겨주니 안 될 리가 없다. 투명 경영과 가치창조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에 무리수나 부실 공사란 있을 수 없을 터. 그러니 분양할 때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물론 그만의 노하우가 없을 수는 없다. 전문기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치밀하게 시장을 분석한다. 특히 틈새시장을 중시하는데 수요는 있지만 그동안 분양이 이뤄지지 않았던 곳을 타깃으로 삼는다. 그는 시를 통해 강한 의지를 다진다. 무사안일과 패배는 영원한 적/ 땀과 노력을 불태우는 순간순간이 삶의 보람…강철같은 서릿발, 이 깊은 겨울을 견디자.박 회장은 올해를 신태양건설 도약기로 점친다. 공주 700여 세대를 비롯해, 울산 양산 김해 등지에 모두 4000세대분 아파트 사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의 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이제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한 그는 주위로부터 받았던 은혜를 갚는 일에 힘쓴다. 부산에서 세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등록하면서 선이 굵은 기부천사 이미지를 굳혔다. 지금까지 아낌없이 내놓은 돈이 25억 원을 넘는다. '불행과 아픔의 척박한 토양에 행복과 희망의 싹을 틔우자'는 시구대로. 그의 건축적 혜안과 선행은 한국인물연구원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선정했던 520여 명 중에서 엄선한 33명에 포함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처럼 만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지요. 인간도 우리라는 관계속에서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그는 최근 사우디 국왕 장례식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권력과 부를 거머쥐고 세계를 호령했던 국왕이 관도 없이 평민과 함께 공동묘지에 묻힌 그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차가운 머리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이 추운 겨울 훈훈한 온기로 다가온다.


# 나로부터 개혁, 성공하는 삶보다 가치있는 삶 원해

■ 박 회장의 경영철학

박상호(사진) 회장을 보면 '경영자는 예술가의 또다른 이름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삭막한 중동의 작은 어촌 두바이를 일약 세계적인 상상력과 창조의 도시로 만든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이 그랬다. 모래바람만이 황량한 사막을 휩쓰는 오지에 그는 세계 최고급호텔과 최대 인공섬, 최대 쇼핑단지, 그리고 설원에서나 볼 수 있는 스키장을 세웠다. 세계인들은 시인이기도 한 국왕의 시적 상상력이 사물의 본질, 그리고 미래의 가치를 꿰뚫어 본 결과로 평가한다.

시인 박 회장은 "성공하는 삶보다 가치있는 삶"을 살자고 말한다. 가치정신이야말로 시와 건축 모두에게 창조적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자강불식(自彊不息·쉼없이 노력한다)'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자기로부터의 개혁을 뜻하는 자강불식. 중국 시진핑 주석이 "어렸을 적에 지방으로 쫓겨난 하방(下放)의 경험이 자강불식의 자세를 키워줬다"며 강조했던 사자성어다.

우물의 법칙이란 게 있다. 좋은 우물은 항상 일정 수위를 유지한다. 장마철이라고 넘치지 않고, 가뭄이 들더라도 마르지 않는다. 흔히 우물은 재물로 비유된다. 남에게 베푼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다시 채워진다. 주역에도 선을 베풀면 집안에 경사가 찾아든다(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고 하지 않았던가.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홍득주도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익에 앞서 가치를 중시하는 박 회장 역시 같은 길을 따르려 한다. 자강불식하며 우물의 법칙을 따르는 든든한 우리의 이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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