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지정해제 위기감
- 보여주기식 뒷북 대책 마련

정부로부터 '방만경영 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거래소(KRX)가 정부 발표 이후 하루도 안 돼 '예산 초긴축'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사업비용의 30% 감축 등 유례없는 고강도 자체 개혁안이 담겼지만, 내년 1월 말 결정되는 공공기관 지정해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전개되자 이제서야 '뒷북 대책'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RX는 방만경영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을 전년 대비 3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의 '2014년도 예산 초긴축 편성' 계획을 12일 내놓았다. 기획재정부가 전날 오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통해 KRX 등 20개 기관을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 기관'으로 지정한 이후 19시간 만이다.

이번 방안의 주요 내용은 ▷시장시스템 운영비 35% 삭감 ▷업무추진비 45% 축소 ▷회의비·행사비 각각 30% 절감 등 대부분 방만경영 기관 지정의 원인이 됐던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KRX는 특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며 각종 행사를 간소화하고 국내외 출장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내년 1월 초 최경수 이사장 취임 100일을 전후해 발표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앞두고 KRX가 강도 높은 예산절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정부의 '방만경영 기관' 지정으로 공공기관 지정해제 여부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읽힌다. KRX 경영전략팀 관계자는 "이번 지정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KRX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던 2009년과 달리 올해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당시와 반대의 상황이 됐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RX의 이번 대책이 너무 늦은 시점에 제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현오석 경제부총리 취임 때인 올해 3월부터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해소 등을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킬 정도로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을 끊임없이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KRX가 공공기관 해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여주기 식' 대책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공운위의 한 민간위원은 "KRX가 '이번 대책은 정부 발표 이전부터 계획해 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결국 모양새는 방만경영 지정 직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 정부가 공개한 'KRX 방만경영' 사례 - 창립기념일·근로자의날 1인당 70만 원    지급 - 1인당 복리후생비 1488만 원(정부 예산   65.9%) - 20개 중점관리 대상 기관 중 복리후생비   최다 ※자료 : 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