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술핵 재배치론 현실성 낮아
- 정부, 美 전략자산 활용안 추진
- 尹 “다양한 가능성 꼼꼼히 검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전술핵 재배치론의 현실적 방안으로 ‘한국형 핵 공유’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하며 손뼉을 치는 장면이 1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핵공유와 관련, “국내와 미국 조야에서 확장억제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는 이틀 전 언급에서 한발 더 나아간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브리핑에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수단과 방안을 협의하고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옵션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데, 핵 공유도 그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은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이나 항공모함 전단을 영해 인근 공해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실질적 핵 공유’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고수하되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검토할 수 있는 절충적 선택지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외교·국방 당국은 이날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조율된 전개’ 추진에 일단 무게를 실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를 협의 중이냐는 질문을 받고 “한미는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 조율된 전개 등을 포함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보다는 현재 가용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태평양 괌에 배치된 미 전략폭격기나 핵 추진 항공모함, 핵 추진 잠수함 등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자는 주장에 대해 “그 정도면 핵 공유라고 부르고 싶다”면서도 “(현재 논의가) 그 정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론’은 비효율적이며 자칫 한미동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이날 세종연구소-윌슨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2022 서울-워싱턴 포럼 화상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의 전술핵 도입 문제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플랫폼으로도 충분히 대북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어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에 핵무기를 두면 북한의 집중 표적이 돼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