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대통령 “한미 여러 의견 경청”
- 與 “비핵화 공동 선언 파기해야”
- 백악관 “한국 입장 韓이 밝혀야
-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 말 아껴
북한의 고조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술핵은 전략핵에 비해 파괴력을 낮춰 실용성을 제한한 것이다. ‘핵에는 핵’이라는 논리인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때 대북 핵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출근길 문답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술핵 재배치에 명확하게 선을 그어왔던 기존 입장과는 다른 기류를 내비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언론에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에 방점을 찍고 여러 옵션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사실상 거부하고 도발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안보 상황이 전에 없이 엄중해졌다는 인식에 따라 전술핵 재배치 역시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상징적 조치로서 고려해볼 만한 카드라는 기류도 읽힌다.
다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NPT 틀 안에서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비확산 기조를 고수하는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에 동의해주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 동맹국에 배치한 전술핵을 해당국과 공동 운영하는 나토(NATO)식 핵 공유 협정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물론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설득력이 약해져 한반도 비핵화가 요원해지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여권 내에선 더욱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민감성을 고려해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공을 한국에 넘겼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 소통 조정관은 11일(현지시간) 화상브리핑에서 한국 내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동맹 사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면서도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고 덧붙였다. VOA(미국의소리) 방송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가 군사적 실익이 적고 한미 동맹에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전문가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는 VOA에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의 긴장을 크게 고조시키는 조치로 보여질 것이며, 따라서 북한의 오판과 대응의 위험을 높일 뿐, 거의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