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지역균형발전 비전 대국민 발표를 하고 있다. 2022.4.27. 인수위사진기자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가 27일 공개한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은 15개 국정과제 아래에 76개의 세부과제를 담고 있다. 지방분권 및 재정력 강화, 지역특화 인프라 강화, 농산어촌 지원 등 기본적인 큰 그림을 봐서는 역대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균형발전과제와 큰 차별점은 없다. 다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세제 지원 및 규제특례 방안이 제시된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의 ‘기회발전특구’(ODZ·Opportunity and Development Zone)가 균형발전을 주도했듯, 국내에서도 가칭 ODZ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형 지역 신성장 전략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세제감면, 규제혁신에 교육 여건 개선으로 기업지방 이전 유도

ODZ는 파격적인 세제지원·규제특례로 개인 및 기업들이 감면받은 세금을 ODZ에 재투자하도록 유인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특구 이전 및 투자재원 마련 단계에서는 양도소득세 이연 및 감면, 창업자에 대한 증여세 감면,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단계에서는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 특구 개발펀드에서의 금융소득 관련 소득세 감면, 특구 내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 요건 완화 혜택 등을 제공한다. 자산을 처분하는 경우는 자산의 양도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감면 혜택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 양도세가 5억 원이 나올 경우, 이를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 맡기고 그 펀드가 10년 이상 투자를 하면 양도세의 상당 부분을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직접 지역 기업에 투자해도 똑같은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지자체는 지역 실정에 맞는 특화 모델과 규제 특례를 선정하면 된다. 새 정부는 중앙정부의 기존 201개 법률의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특례를 특구에도 적용하고, 규제 신속 확인·실증 특례·임시 허가 등 ‘규제혁신 3종 세트’도 허용할 계획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세제와 규제만으로는 기업의 지방이전 요건을 채우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에 대해 “당연한 지적이다. 오늘은 균형발전 관련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이고 28일에는 교육을 중심으로 한 정책방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지역균형발전특위가 공개한 실천과제만 살펴보면 ▷교육자유특구 운영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을 지역대학으로 확대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확대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윤 의지에 달린 실행력

지역균형발전특위는 균형발전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제5차 5개년 계획에 15개 국정과제 및 실천과제를 반영하기로 했다. 또 현재 10조 원 규모로 운영되는 균형발전특별회계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한편,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포괄보조 방식으로 전환해 분권형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균특회계 개편을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특별법, 국가재정법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ODZ의 경우 법인세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로 세제를 인하해줘야 하는지의 문제는 정부 부처와의 협의가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세제지원의 대략적인 수치에 대한 질문에 “세율 등은 정부 출범 후 부처 간 협의를 통해서 정할 것”이라며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최소한 ‘글로벌 미니멈’ 개념이 생기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15%인데, 세제지원을 하더라도 그 수준을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1% 인하한다고 해도 반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 같은 문제를 조율하는데 있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윤 당선인에게 부총리급 균형발전·자치분권 조직 신설을 제안했으나 윤 당선인은 “법률 개정을 수반하는 일이어서 쉽지 않은데다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조직을 바꾸지 않아도) 추진할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무리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더라도, 정작 취임 후 대통령이 살펴보지 못하면 균형발전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김병준 특위 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균형발전위원회에 참석한 횟수가 적어 균형발전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취지로 비판했는데, 강력한 지역정책을 추진할 행정조직 없이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지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