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의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서울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야권 후보들의 대선 행보가 잇따른다. 반면, 당·정·청은 부산에 총집결하고 있다. ‘스윙보터’로 차기 대선의 승부처인 부산 울산 경남(PK) 민심 잡기를 통해 야권의 ‘서울 컨벤션 효과’를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부산항 신항에서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보고회 및 1만6000TEU급 HMM한울호’의 출항식에서 해운재건 방안을 발표하며 “항만 공항 철도를 연계하는 물류서비스로 해운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해운강국의 중심에 부산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부산항 방문은 지난 2월에 이어 4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는 그때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면서 “가덕신공항이 완공되고, 언젠가 부산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대륙철도로 연결된다면 부산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세계 물류 거점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일에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박완주 정책위의장, 맹성규 국회 예결위원장 등이 부산을 찾는다. 이들은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방문해 가덕신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다시 한번 강조할 방침이다. 또 민주당 지도부는 부산시와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북항재개발 등 지역 현안의 전폭적 지원도 약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25일 부산을 찾아 북항재개발 사업에 대한 현안을 듣고 “부산 시민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정부가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사업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일주일 사이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 국무총리가 모두 부산을 찾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야권 대선 후보들이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거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도 분분하다. 당정청의 부산 집중 방문은 정책으로 부울경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과거와 같은 인물 중심의 PK대망론이 약해진 만큼 정책으로 상쇄시키려는 전략이다. 특히 국민의힘 등 야권 후보군에서도 PK민심이 반응하는 강력한 후보군이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물 대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안 추진에 대한 힘은 여권이 쥐고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