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대중추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죠. 박 후보는 대학교수로 30년 동안 근무하면서 우파적 성향의 논문을 쓴 적이 없습니다. 되레 좌파성향의 논문을 쓴 것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 후보는 보수당 후보로 나오면 절대로 안되는 사람이죠”

　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정규재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 후보는 17일 낮 12시 국제신문 유튜브 생방송 ‘독한 청문회’에 출연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역사적 소명을 다 한 정당”이라며 “국민의힘은 우파적 철학을 잃었고, 민주당은 현재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방송 내내 상대 후보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주타겟이었다. 정 후보는 “국민의힘 박성훈 후보는 너무 출세지향적이라는 느낌이 난다. 박민식 후보는 재미있는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언주 후보를 보면 ‘정치를 저렇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긴급 기자회견이라고 해놓고 자신이 가덕신공항에 얼마나 찬성하는지 드러내는 장면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기성정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정 후보는 “민주당은 중국 공산당과 비슷한 ‘아시아적 좌파’에 속한다”며 “아시아적 배경을 토대로 한 공동체주의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념이 없다. 무엇을 하는 정당인지 알 수 없으니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라며 “오히려 민주당만 못한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이어 “제 성향은 ‘자유주의’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왜 부산 시장 출마를 결심했을까. 정 후보는 “부산은 우리나라 정치 변혁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사실 6월 항쟁도 부산에서 불 붙인 것”이라며 “하지만 부산은 다른 지역보다 못사는 곳이 되어 버렸다. 세계적 무역항을 갖고 있으면서 쇠퇴한 도시로 만들어버린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컸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미국 하바드대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비하’ 논문과 관련된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정 후보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지지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정 후보는 “(램지어 교수의)주장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램지어 교수를 대상으로 인신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논문은 논문으로 비판하면 된다”고 했다. 정 후보는 이어 “‘다만 일본군이 평화로운 마을을 침탈해 무자비하게 성 착취를 했다’고 하는 것은 위안부의 가공된 이미지”라며 “저는 위안부가 매춘을 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식민지 조선 시골의 여성들이 당시 가난한 가족의 안녕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중 가덕신공항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가덕신공항은 수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모두 포기(드랍)됐었다”며 “선거를 앞두고 ‘선물’로 던져놓은 것에 불과하다. 원천적으로 다음 대통령이 ‘죄송하다’고 말하고 포기해야할 사안이다”고 했다. 정 후보는 이어 “가덕신공항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김해신공항 확장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났는데, 그게 왜 가덕신공항이랑 연결되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한일해저터널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서둘러 추진할 사업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정 후보는 “한일해저터널은 해볼만한 사업이라고 본다. 일본만 좋은 사업이라는 등의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며 “다만 예산이 얼마나 많이 들어갈지 아직 알 수 없다. 해볼만한 사업이지만, 아직 해볼만한 여건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일부 정치인에게는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 후보가 먼저 언급한 정치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집권 초기에는 좌파적 성격을 보였으나 후기에는 우파적 성격을 보였다. 국립대 법인화 등 이슈를 두고 토론프로그램에서 노 대통령을 많이 도왔던 기억이 난다. 노 대통령이 추진하셨던 정책에 미련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는 ‘똑똑한 정치인’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홍 의원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면이 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 다뤄야 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권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에 미숙했다”면서도 “국가경영 측면에서는 다소 안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촛불시위(촛불혁명)는 강하게 비판했다. 정 후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에서 대중민주주의로 급격하게 떨어트린 계기였다”며 “최순실이 박근혜를 조종했다는 ‘허구’가 대중의 마음을 관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의 청년유출을 막기 위해 대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영어공용화도 언급했다. 정 후보는 “외국에서 앞다퉈 스카우트 하고 싶은 인재를 부산에서 길러내야 한다”며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동이 중단된 부산해수담수화 시설을 재가동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후보는 “시설 반대 민원자체가 부풀려진 공포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마지막 인사에서 “부산은 상업의 도시이며, 국제무역항이다. 상업의 도시에 필요한 것은 자유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산에서 정말 멋진 개혁을 함께 시작해보길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정규재 후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우파 논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아고, 고려대(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 주필 등을 역임했다. 한국경제신문 퇴사 후 인터넷 언론 펜앤드마이크를 창간하고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