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불공정 검증 논란은 지역 추석 민심 ‘밥상’에도 올랐다. 무엇보다 시민은 “매번 선거 때마다 등장하더니 이번에도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안모(74) 씨는 “정말 김해신공항이 되는지 아들 며느리에게 물었다. 김해신공항은 지난 정부 때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도 모자라 안전에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2002년 돗대산 사고 기억이 아직도 우리에겐 생생하다. 안전은 기본이고 인천을 가지 않고도 여러 나라로 연결이 가능한 확장된 공항을 원할 뿐인데, 이번에도 무산되는 분위기인 듯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신공항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대구·경북은 야당(국민의힘)의 힘으로 (통합)신공항을 성사시켰는데 부울경만 뒤처지는 것 같다”며 “가덕신공항은 민주당의 공약임을 부산 시민은 다 기억한다. 이 약속을 뒤집는다면 대통령부터 여당 국회의원은 모두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장군에 사는 이모(40) 씨는 “검증위가 결과를 발표해도 정치적 결정은 시간을 질질 끌어 내년 시장 선거 때 또는 그 이후, 대선까지 가져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더니 가족 친지가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며 “정말 그렇게 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도 들끓었다. 한 네티즌은 “올해 부산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유출이 1만 명이나 된다는데도 정부는 말로만 균형발전을 내세운다”며 “24시간이 가능한 항공물류 공항을 만들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수도권으로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민자로도 추진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국비로 지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상공계도 비판을 이어 나갔다. 부산의 한 기업인은 “김해신공항은 김해공항과 마찬가지로 인근 장애물 때문에 대형 항공기 취항이 어려운 등 사실상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김해신공항을 고집하면서 한편으로는 인천공항을 밀어주는 정부의 수도권 중심 사고방식으로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지역 균형발전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김해신공항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등장했다. ‘김해공항 반대와 동남권 가덕신공항을 원합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청원인은 “지난(달) 25일 신공항 검증 중 가장 중요한 안전분과 검증위원이 빠진 상태에서 검증위원장의 의도에 따라 수정된 안전분과 보고서가 일방적으로 표결 처리됐다. 조잡한 결정임에 틀림없다”며 “물류 안전 모두 가덕을 말하는데 정부는 그것을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2의 도시라는 미명 하에 무엇하나 욕심내지 않았던 부산 경남이 이제는 500대 기업도 몇 개 없는 소비도시로 전락했는데, 지역민들의 잘못인 양 의사를 결정하니 참담한 기분만 들 뿐”이라며 “나라마저 조롱하는 듯해 슬프지 않을 수 없다. 가덕신공항이 동남권 신공항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호정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