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4여1야 민주주의 아냐”
- 나경원 “국회 배후는 문 대통령”

- 민주·정의당, 한국당 변화 촉구

여야 4당이 모두 선거제·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23일 추인하자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불사하겠다면서 반발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왼쪽 네 번째) 대표와 의원들이 23일 오후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본청 계단에서 ‘선거법·공수처법 날치기 좌파장기집권음모 규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대구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말로 되지 않으면 행동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이제 시작됐다”며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황 대표는 “1여 4야인줄 알았더니 4여 1야가 됐다. 이런 모습을 누가 민주주의 국가로 보겠나”며 “독재 정권을 지향하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서 당당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좌파 독재플랜, 개헌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플랜이 작동되는 것이다. 이것을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며 “무한권력 대통령, 지리멸렬한 국회의 최종 배후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해 한국당은 강도 높은 원외투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당장 한국당은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20일 황 대표 취임 첫 장외집회를 연 지 일주일 만이다.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강행한다면 한국당으로서 물리적 저지와 여론전 외에는 법 개정을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일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 때보다 집회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원외투쟁과 아울러 한국당은 ‘국회 전면 보이콧’ 가능성을 경고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의사 일정을 통보하고 진행 중이다. 이것은 국회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소속 상임위 위원이 모두 가서 소위 진행을 막아야 한다”고 국회 보이콧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4월 국회가 열렸는데도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제대로 합의하자고 한 적 없다”며 “합의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 바로 독재”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장외투쟁과 함께 25일 정개특위 및 사개특위에 대한 물리적 저지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국당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라”며 역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여야 4당이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될 패스트트랙 추인을 완료했다”며 “국민을 위한 패스트트랙이 가동된다”고 환영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모였던 개혁의 굳은 의지가 부활한 것”이라며 “한국당을 뺀 모든 정당이 개혁의 열차에 올라타 미래로 향해 가고 있는데 한국당만 열차를 욕하고 있다”며 한국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