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의회 쿠데타 멈춰야

- 공수처는 한국판 게슈타포”

- 靑은 개혁과제 관철 기대감

임기가 1년이 남은 20대 국회의 운명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여야 4당의 선거제·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패스트트랙 합의에 자유한국당은 총력 저지를 예고했다. 진보와 보수 진영 간 전면전으로 번지면서 20대 국회는 남은 1년 동안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20대 국회·물러설 수 없다”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22일 여야 4당의 합의에 대해 “결국 개헌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공수처 신설은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독재 권력을 강화, 연장하려는 문재인 정권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행정부 독재를 정당화하는 의회 쿠데타를 멈춰야 한다”며 “패스트트랙 포기와 인사 참사에 대한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하면 여·야·정 대화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대통령 황제 권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야당을 분열시키고, 여당의 2중대 3중대를 양산해 의회의 행정부 견제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공수처에 대해서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가득 채워진 한국판 게슈타포가 연상된다”고 밝혔다. 게슈타포는 독일 나치 정권의 비밀경찰을 말한다. 나 원내대표는 “공수처 설치는 공포정치 시대의 개막”이라며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 기소권을 주겠다는 공수처 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대통령의 하명 수사가 이뤄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상적 반민주정치에는 비상적 대처만이 답”이라며 “일방통행식 독주의 정치를 계속한다면 지난 토요일 집회의 수백 수천 배의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靑, 개혁 내세워 국정 동력 살리기 

청와대가 이번 합의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공수처 합의안이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예 설치가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 선거법 개정,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다른 개혁과제의 불씨를 살렸다는 판단에서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4당의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더욱 확실히 분할하고, 공수처가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첫 단추를 끼우고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어 “선거법 및 수사권 조정이라는 다른 중대한 입법과제의 실현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패스트트랙 4당 연대’ 성사를 계기로 개혁과제뿐 아니라 각종 민생·경제 정책 분야 입법과제를 관철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지리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여권과 한국당 간 대치 전선이 격화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거론한 여·야·정 협의체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지주목된다.  김태경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