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2일 선거제·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처리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철저하게 저지하겠다”며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고 나서 정국이 급랭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손하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끝에 국회 정론관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선거제·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을 포함한 개혁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의 골자는 ▷연동률 50%를 적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한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는 내용이다. 

본회의 표결은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순서로 진행하기로 했다.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을 늦어도 다음 달 18일 전에 처리하기로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여야 4당은 23일 오전 10시 동시에 의원총회를 열어 잠정합의문 추인 절차를 거친 뒤 오는 25일까지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위원회(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적용을 책임지고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부정적인 데다 일부 국민의당계 의원도 공수처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강하게 주장해 당내 합의를 이루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이에 반대하는 한국당과도 성실히 협상에 임해 여야 5당이 모두 참여하는 합의 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합의안에 담았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것을 포함해 총력 투쟁 방침을 예고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4당 합의 발표 직후 “합의하겠다면서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는 것은 기만이자 겁박”이라며 “선거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선언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회민주주의에 조종이 울렸다”며 “좌파 장기집권 플랜에 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모든 움직임을 철저히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23일 오전 10시 대책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열겠다며 총소집령을 내렸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