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 ~ 100% 3개안 중 택일 추진
- 1안에 석탄발전·LNG 유지 포함
- NGO “탄소제로 실패 시나리오”
- 경제계 “제조업 등 경쟁력 약화”
- 여론 수렴 뒤 10월 말 최종 확정

정부가 2050년까지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알맹이 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고 경제단체는 과도한 감축 목표라고 반발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소중립위)는 5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3개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시나리오에는 전환(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폐기물 등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주요 부문의 감축 계획이 포함됐다.

탄소중립위의 시나리오 1안이 이행되면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2540만 t으로 2018년에 비해 96.3% 감소된다. 석탄·LNG 등 기존 에너지원을 일부 활용하면서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친환경 기술을 적극 활용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감축하는 내용이다.

2안은 97.3% 감축된 1870만 t의 온실가스만 배출하는 게 목표다. 석탄발전은 완전히 중단하되 LNG 발전을 대안으로 유지한다. 재생에너지(58.8%) 연료전지(10.1%)의 활용을 높인다.

3안은 온실가스 순배출량 0, 즉 넷제로가 목표다. 석탄 LNG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게 핵심이다. 전력 공급의 70.8%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수소터빈, 암모니아 발전과 같은 무탄소 신전원의 비중을 21.4%로 확대해 탄소 배출량을 0에 수렴하는 것이 목표다. 탄소중립위는 이 초안을 바탕으로 여론을 수렴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말에 최종안을 발표한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 달성에 실패하는 이 시나리오는 어불성설”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망인 1·2안에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는 이름을 붙여 발표한 것 자체가 탄소중립위의 빈약한 실력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다른 이유로 강력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논평에서 “산업 부문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높은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 때문에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향후 의견수렴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옥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