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도, 약한 바람으로 맞춰놓고 나갑니다. 실내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초코가 힘들어할까 걱정돼서요.”

부산 연제구에서 반려견 ‘초코’(푸들)와 함께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출근할 때마다 거실 에어컨을 가동한다. 그가 사는 집은 서향인 탓에 오후가 되면 햇빛이 들어 실내기온이 32도를 훌쩍 넘어간다.

	29일 부산 해운대구 애견호텔 ‘소온’에서 직원이 반려견을 돌보고 있다. 곽재훈기자 kwakjh@kookje.co.kr

김 씨는 “출근하고 나면 집에 초코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전기요금이 걱정되긴 하지만 더위가 한풀 꺾일 때까지 에어컨을 켜야 할 것 같다”며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집 밖에서 끄고 켤 수 있는 에어컨도 있다고 해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에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김 씨처럼 함께 사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여름나기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29일에도 부산 대부분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2도, 체감기온은 33도까지 치솟았다. 올여름 들어 부산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을 기록한 날은 13일로, 폭염이 재난 수준으로 기승을 부린 2018년 일수와 맞먹는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반려동물에게 ‘호캉스’와 물놀이를 제공하는 애견호텔·카페 등도 북적인다.

해운대구에 있는 애견호텔 ‘소온’에는 최근 예약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애견호텔인 만큼 실내 기온과 시설이 강아지에 최적화됐다. 호텔 관계자는 “무더위에 스트레스를 받은 반려견을 호텔에 맡겨 컨디션을 조절하고, 퇴실 때는 강아지가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닭 곰탕 등 보양식을 챙기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개장한 남구 용호동 애견카페 ‘댕댕월드’도 호황을 맞고 있다. 이 카페에는 50㎡ 규모 야외 수영장이 갖춰져 있어 주인과 강아지가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매년 3~11월 추울 때는 32도 이상, 여름엔 26도 수준으로 수온을 맞춰 수영장을 운영하는 이 애견카페의 성수기는 여름이다. 카페 관계자는 “물놀이를 즐긴 뒤 주인은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강아지에게는 전용 아이스크림을 챙겨 먹이는 유형의 고객이 가장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폭염에 힘들어하는 고령의 반려동물을 위해 맞춤형 보양식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이모(34) 씨는 요즘 퇴근길 매일같이 서구 동대신동에 있는 부모님 댁을 찾는다. 이 씨는 이 동네의 유명 빵집에서 파는 팥빵을 사다 부모님 댁에 사는 반려견 메리(말티즈)에게 반 개씩 먹인다. 메리는 17살 된 노령견이다.

이 씨는 “사람이 먹는 빵이다. 강아지에게 주면 해롭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다”며 “올해 강아지 시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여름 들어서는 제대로 음식도 먹지 못한다. 그런데 이 가게 팥빵은 곧잘 먹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타깝지만 메리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여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 잘 먹고 편안한 여름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